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힌트는 '아파트 1층'

입력 2023-10-18 14:13 | 신문게재 2023-10-19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3082701001735600075101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했다. 세상은 몰라볼 정도로 급속히 바뀐다. 낯설었던 제품·서비스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목이 된 격상사례도 부지기수다. 작지만 장기간 축적된 변화가 한국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인구위기도 그렇다. 체감·민감도가 낮아 방치·연기한 대응실패가 되돌리기 힘든 충격여파를 낳는다. 변화를 놓치면 곤란한 이유다.

시대는 바뀐다. 속도·범위·파장이 다를뿐 사람·생각·행동도 변해서다. 당연히 전에 없던 문제도 불거진다. 여기에 맞춰 법률·제도·정책 등 준칙질서는 재편된다. 새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달라진 방식채택을 위함이다. 기존체계로 문제해결이 어렵다면 시대변화에 맞는 달라진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인구문제도 비슷하다. 고정관념·기존관성을 벗어난 발상의 대폭전환·혁신접근일 때 어렵던 해결단초는 찾아진다. 정부예산·복지시혜만으로 인구문제는 안 풀린다. 몸에 맞는 옷을 찾듯 변화에 맞춘 경로가 좋다.

인구구조는 시대변화의 상징통계다. ‘시대변화↔인구변화’처럼 밀접히 상호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의 새판짜기를 요구한다. 두통거리인 저출산·고령화란 시대현상도 인구구조의 비중변화를 추동한 원인이자 결과다. 심각한 건 ‘변화→현상→문제’로의 변질이다. 변화도 기회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위기에 가깝다. 설상가상 ‘급변’인 건 불문가지다. 급격히 변하며 문제를 키워낸다는 뜻이다. 세계꼴찌도 모자라 매년 기록갱신까지 반복하며 빚어낸 0.78명(2022년)의 출산급락도, 거대덩치인 베이비부머(1955~75년생·1700만명)의 고령연령 도달시점(65세)·후속파장도 너무 급하다.

문제는 불거진다. 시대가 급변하니 문제도 급변한다. 전무후무한 속도답게 동시다발의 충격으로 요약된다. 기존체계로 대하니 갈등은 쌓이고, 미스매칭이 커지니 수급은 깨진다. 시간이 없다. 놔두면 개인의 불행확대는커녕 사회의 존속위협까지 옮겨붙는다. 관심사는 달라진 해결법의 요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방식과의 결별에서 시작된다. 저출산·고령화 모두 달라진 대응만이 위기완화·상황돌파의 단초가 된다. 그럼 인구불행에 맞설 뉴노멀의 작동체계는 어떻게 찾아질까. 새로운 주체와 달라진 방식의 혁신적 상상력이 대안이다. 기존틀에 포섭되면 풀리지 않는다.

어렵고 거창할 이유는 없다. 가령 아파트 1층에도 힌트는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결국 양육·간병이슈다. 돌봄이다. 지금처럼 개인·가족에 독박을 씌우거나 혹은 영세한 저품질과 값비싼 시장화로만 접근하니 불편·불안·불만이 가중된다. 이때 아파트 1층만 잘 재구성해도 숨통은 열린다. 자녀양육·부모간병의 수요·공급을 생활단위인 아파트 1층에서 해결하는 차원이다. 상시이용·비용분담의 편리공급형 플랫폼이면 저비용·고효율의 인구해법이 도출된다. 전통사회 때 마을전체가 양육·간병을 품었듯 시대변화가 양산한 아파트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압축공간으로 쓰이면 정부·기업·주민 등 다중이해의 조정·협력도 가능하다. 자원결합·민관협치의 복지혁신도 기대된다. 아파트 1층처럼 유휴자원은 흘러넘친다. 보물을 혁신으로 꿰는 심미안이 관건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