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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데자뷰인가” 곤혹스러운 한은… 금리 6회연속 동결 관측

입력 2023-10-15 10:12 | 신문게재 2023-10-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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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오는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와 경기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금리정책을 결정할지 주목된다.

경기는 가라앉는데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선뜻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대형 돌발 변수마저 발생해 고민이 깊다. 지정학적 변수가 고유가발 물가 상승압력이 더해질 수 있는 반면 경기는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6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현 수준(3.50%)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압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실물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는 것 같다”며 “동결 기조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보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고, 수출이 반등한다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연준의 11월 금리동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8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 전원이 3.75%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했지만 소수의견(인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동결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감안해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주들에게 부담을 주어야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는데 (금리동결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는 것처럼 문제를 이연시키는 것 밖에 안 된다”며 “미국의 금리가 5.50%인데 한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정도는 높아야 적정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미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기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취약부문의 부실화가 부담이다. 김현식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부채 부실 우려를 확대시키지 않을 것 같다”고 보았다.

한은의 최우선 책무는 물가안정이다. 물가 궤적은 국제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7%로 8월(3.4%)에 이어 3%대 오름세를 지속했다. 지난 4월(3.7%) 이후 다섯 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유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란 등으로 확전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지구에 국지적 지상전을 개시했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을 시사했다”면서 “이란은 또 다른 전선의 형성 가능성을 경고했다”며 긴급하게 돌아가는 현 사태를 전했다.

유가가 올라가면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하방압력을 받게 된다. 김현식 연구위원은 “물가는 오르고 경기성장률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앞두고 금통위가 정책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짚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스라엘 전쟁이 물가는 올리고 경기는 안 좋게 만들테니 금통위가 어느 쪽을 더 비중 있게 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도 한은 금통위가 어려운 판단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한 이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유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쟁이) 갑자기 터져 금통위원들 결정에는 곤혹스러운 팩트일 것”이라며 “새로운 자료를 다시 봐야 한다. 이란뿐만 아니라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은 고위 관계자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올라가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오일쇼크의 데자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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