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정치 · 정책 > 정책

[기후위기 속 장애인⑤] ‘일회용품 사용규제’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비명’

환경부 ‘공공기관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 지침’ 시행 이후 ‘우선구매’ 매출액 감소
종이컵 생산시설 타격 가장 커… “일회용품 규제 강화되면 더 힘들어질 것” 전망
환경부 “관련해 따로 검토 없어”·복지부 “대응 위해 업종전환 등 지원하고 있어”

입력 2023-10-15 13:11 | 신문게재 2023-10-16 14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그림
(일러스트=일러스트레이터 설이의그림시간)

 

환경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을 시행한 이후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의 종이컵 등 일회용품 우선구매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을 지원하거나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매출 감소가 장애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브릿지경제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우선구매 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매출액은 지난 2021년 7044억원에서 지난해 7005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구매 제도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우선구매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보장을 위해 지난 2008년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18년 환경부의 ‘공공기관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 지침’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에 불똥이 튀었다. 환경부는 지침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에 일회용 컵과 페트병 사용을 금지했다. 또 일회용품 감량 실적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일회용품을 생산하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던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의 판매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품목 12개 중 일회용품(종이컵, 비닐봉지)의 우선구매 실적은 2021년 412억원에서 지난해 405억원으로 7% 줄었다.

한 일회용품 생산시설 사무국장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면서 시설에서 생산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며 “오히려 코로나19에는 배달문화가 확산하면서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88

 

 

 

올해 공공기관에 일회용품을 납품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종이컵 생산시설은 총 15곳이다. 이 중에는 판로가 막혀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악화를 겪는 곳이 대부분이다. 복지부의 ‘2022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의 주요 거래처로 지자체, 공기업 및 민간기업, 기타공공기관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전체 생산시설의 연평균 매출 총이익은 2019년 2억3800만원에서 2021년 2억9600만원으로 상승했으나 연평균 영업이익은 매해 적자(5800만원→4500만원→6000만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같은 기간 6500만원에서 5600만원으로 내리막길이다.

보고서는 당기순이익 감소 이유로 △원부자재 가격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활동 축소 △판로 축소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생산시설이 겪는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량 및 판매량 축소(36.4%) △계약 및 납품 등의 축소로 인한 매출 감소(22.0%) △원부자재 가격 상승(16.5%)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김기용 ZAN 종이컵 생산시설 시설장은 “2018년도 이후 공공기관에서 일회용품 우선구매 주문을 줄이면서 매출이 60% 급감했다. 환경부의 기조가 탄소중립 강화로 가고 있어 앞으로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가장 큰 문제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이 어떠한 타격을 받는지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러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의 어려움을 예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지침과 관련해 따로 민원이 제기됐거나 다른 부처(복지부)를 통해서 연락이 온 것이 없다”며 “(환경부 내에서) 어떤 고민이나 검토도 없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종이컵 생산시설의 매출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 그런 곳들은 다회용 컵이나 텀블러 생산으로 매출 전환을 하는 중”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시설에는 기능보강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필요하나 이 때문에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정확한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일회용품을 다른 품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장애포괄적 기휘위기 대응 방안 모색과 더불어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