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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설에 '속 빈 강정론' 대두

입력 2023-09-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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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보잉 747-8F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한항공이 합병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알짜 노선 반납에 화물 사업까지 포기하면, 합병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만간 EU 집행위원회(EC)에 합병 시정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시정서 초안에는 대한항공의 유럽노선 14개 중 4개를 포기하는 여객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조정안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EU 집행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셈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합병 시 한국(인천)과 프랑스(파리)·독일(프랑크푸르트)·이탈리아(로마)·스페인(바르셀로나)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대한항공 측에 전달한 바 있다. 결국 대한항공이 포기하게 될 노선은 아시아나항공과 겹치는 노선인 인천~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가 유력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승인을 위해 슬롯 상당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합병 시너지 창출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CMA는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 제한 완화를 위해 대한항공이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주 7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도록 했다. 당시 대한항공이 히스로 공항의 주 10개, 아시아나항공이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을 모두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46개 슬롯을 반납키로 했고, 심사가 진행 중인 미국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모두 취항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슬롯 반납 결정이 예고됐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간의 결합은 결국 (합병 이후) 시너지를 고려해서 진행하는 것인데, 대한항공이 주요 노선을 다 내주고 지난해 매출 효자 부분이던 화물사업까지 내주게 된다면 합병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5조 6300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이 중 화물 사업 부문 매출이 2조 9920억원 수준이었다. 사실상 매출액 기준, 반토막 이상 처내야 하는 셈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화물 사업부 매각이란 극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결국 조원태 회장의 강력한 합병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EU 경쟁당국과 현재 경쟁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협의 중인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당국의 지침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며 승인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상태다. 심사가 아직 진행 중인 국가는 EU, 미국, 일본 등 3개국이다. 이들 가운데 한 국가에서라도 불허 승인이 날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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