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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마음건강 관리 국가 역할 간과…마음건강 증진 ‘살고 싶은 나라’와 연결

입력 2023-09-19 14:34 | 신문게재 2023-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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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신림역, 서현역, 대전 등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개선책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 사건 중 일부 가해자의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정신질환 예방, 치료, 회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는 이러한 사건에 대해 환경적 맥락을 도외시하고,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의 환경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회적 대응은 대체로 행위자에 대한 격리다. 하지만 정신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입원을 제때 하지 못한 책임을 과연 개인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도 코로나19 이후 소위 ‘묻지마 범행’의 빈도가 증가했다. 미국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사회 및 가족구조 변화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격리 환경에서 찾는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급증으로 대표되는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가족 중심의 1차집단이 맡던 심리사회적 지지체계가 와해됐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역사회의 공적 심리사회적 지지체계를 확충했지만, 작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 ‘묻지마 범행’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례들도 비슷한 맥락이다. 주목할 것은 행위자가 대부분 청년층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가족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며 전통적 가족기반 지지체계가 와해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적 지원체계형성은 부진하다. 청년기 주요 발달과업이 사회적 관계 형성인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청년층에게 심리사회적 제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이유를 막론하고 엄정한 대처가 마땅하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때는 그 영향요인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가 선행되고, 이를 중심으로 범사회적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모든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 속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신체건강상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신체질환이라 하는 것처럼, 정신건강상 치료가 필요한 심리사회적 상태를 정신질환이라 한다. 건강증진 및 치료에 대한 접근은 신체, 심리, 사회적 맥락에서 다차원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접근은 신체적 접근을 넘어 심리사회적 정신건강에 대한 증진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적, 사회적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덜 강조되는 경향이 짙다. 가령 의료보장제도는 신체건강 증진과 신체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초점을 두고 있고, 심리사회적 측면의 건강에 대한 증진이나 치료는 보장되지 않았다. 지역사회서비스 또한 전국적인 망을 갖춘 신체건강 관련 의료기관과 달리 심리상담센터나 정신재활시설 등은 설치되지 않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많다.

그간 우리나라는 물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며 국민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국가의 역할을 간과해 왔다. 높은 자살률과 낮은 행복지수가 그 결과다. 국민마음건강 증진과 관련한 국가 체계의 방향은 정신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이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 개인 차원의 단편적 이해가 아니라 인간행위 결정요인에 대한 생태계 맥락의 이해를 기반으로 다차원적 접근이 필수라는 뜻이다. 정부가 예고한 정신건강 혁신방안 또한 이러한 맥락을 잘 반영돼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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