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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재정 준칙' 법제화 급하다

입력 2023-09-20 14:03 | 신문게재 2023-09-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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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656조 9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인데,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증가율 8.7%의 3분의1 수준이다. 세수 부족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려는 정부의 고육책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5년만에 1000조원을 넘어선 반면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39조원이나 줄었다.


내년 예산안은 연구개발(R&D)과 국가보조금 부분이 대폭 삭감돼 총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강력한 긴축재정 의지를 표명해 왔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고민이 묻어난다. 생계급여액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리고, 결혼을 안 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 혜택을 주는 등 취약계층 지원과 저출산 대응에 예산을 늘린 것은 바람직한 의사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은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로 넘어가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염려되는 것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해 예산이 더 늘어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거액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표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 세금만 축내는 현금성 살포나 선심성 사업을 배제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도 고민할 때다. 우리 경제는 올해와 내년에 1%대 성장에 그치고 저성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야별 예산을 조정하거나 재정 집행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기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한번 늘어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대외 환경변화에 취약한 한국경제로선 재정 건전성이 최후의 보루다. 미·중 기술패권전쟁으로 중국 리스크가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확산된다면 자본 유출과 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2008년 위기를 거울삼아 최악 상황을 가정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제조업 편중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과도한 중국 의존 및 주요국 통화 긴축정책 등이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다. 불행하게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조차 제정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내수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견인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산업이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

효율적·성과지향적이며 투명한 재정운용을 위해선 선진국처럼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강제 관리하는 ‘재정 준칙’을 조속히 법제화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범하는 국회의 반 헌법적 예산심의 적폐를 청산할 때다. 정부안 관철로 건전 재정의 원년으로 삼고 내실 있는 정부 살림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앞장 서 국가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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