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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업도 발주자 책임 강화해야…산안비 안전관리자 인건비 제외 필요

[건설, 안전으로 행복을 짓다] (4) 중대재해 처벌범위 '시끌'
천재지변 등으로 공사 지연 시 기간 연장 필요

입력 2023-09-17 13:53 | 신문게재 2023-09-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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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00일이 지나가고 있다. 법 시행을 통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하길 소원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이 무색하게 기업의 안전보건 태만 경영은 변함이 없고, 법 시행 이후에도 추락사고, 끼임사고 등 여전히 노동자들은 중대재해로 죽고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공통적으로 기초적인 안전보건조치 미흡과 안전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 조직, 예산 등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이다.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수는 전체 사고사망자 874명 중 402명으로 46%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여전히 사고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고, 수십 년간 그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였으나 로드맵에는 건설업에 대한 집중적인 대책은 없고 단순히 위험성평가와 원·하청 상생협력,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등 단편적인 대책들로만 나열돼 있어 건설현장의 중대재해 감축에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적정 공사금액을 확보할 수 없고 충분한 공사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므로 하도급으로 인한 공기 단축 압박은 건설현장의 안전보건활동을 위축시키고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제조업에서도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건설업도 실질적인 사업주인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건설공사의 경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적정 공사기간이 없고 공사기간을 산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어 발주자에 의해 공사기간이 임의로 정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발주자는 자신의 공사기간에 맞춰 주는 시공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발주자의 공사금액 조기 회수를 위한 공기 단축이 우선시 되므로 산업재해 예방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따라서 건설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주당 노동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발주처 요구 및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 지연 시 지연기간 만큼 공사기간을 연장해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관련해 현재 공사종류, 공사기간 등에 대한 일체의 고려 없이 총 공사금액을 기준으로만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산정하고 있는데 이는 총 공사금액 대비 안전관리비가 자동적으로 계상되므로 안전보건에 대한 발주처의 관심도는 떨어진다. 또한, 토목공사와 같이 공사기간이 긴 공사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자의 인건비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게 돼 제대로 된 안전관리비를 집행할 수 없게 된다.

건설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현장의 상황에 따라 여러 다양한 변수와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이는 그만큼 건설업의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발주자뿐만 아니라 도급인(원청)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된 경우에도 당연히 공기가 연장돼 하나 수급인(하청)은 공기 연장은커녕 원래의 공기에 어떻게든 맞춰야 하다 보니 부실시공과 과도한 노동력의 투입, 복합공사 등으로 인해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서 안전·보건관리자의 인건비를 제외해 순수하게 현장의 안전보건 관련 설비나 시설을 설치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향후에는 공사종류 및 공사기간 등을 고려해 안전보건관리비 항목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사비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현장에도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면피식의 안전보건활동으로는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을 것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
이 기고는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문화 확산 공모사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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