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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개판

입력 2023-09-10 13:49 | 신문게재 2023-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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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개들이 난리를 칠 것 같은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개’는 한자로 열 ‘개(開)’다. 판(板)을 연다는 뜻이다. 이 표현에 대한 유래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민 관련설들이 가장 유력하다.

피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던 때가 있었는데, 솥 뚜껑을 열어 배식하기 전에 ‘개판 오 분 전’이라고 외친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다. 굶주린 피난민들이 앞다퉈 배식을 받으려 무질서하게 몰려드는 어수선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중공군 포로수용소 연관설도 있다. 포로들에게 음식(飯)을 나눠주기 시작한다는 의미의 중국어 ‘카이판(開飯)’이 있는데, 이 말을 쓴 것이 와전되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자 학자 김점식은 억울한 ‘개’의 신세를 고려해, 차라리 ‘이리’와 관련된 낭자(狼藉)라는 표현이 이런 상황에 더 근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리가 자고 난 자리’라는 뜻이다. 이리는 깔고 자는 풀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자리가 뒤죽박죽 지저분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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