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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전, 순항할 수 있을까…결국은 '자금력'

입력 2023-09-07 05:50 | 신문게재 2023-09-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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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떠나고 있는 선박. (사진제공=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인수 후보군이 하림, 동원, LX 등 3개 기업으로 좁혀졌다. 이들 모두 HMM 인수로 자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선 후보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이 HMM을 감당하기엔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향후 매각 절차를 주목하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림·LX·동원그룹이 HMM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한다.

세 곳의 후보 기업들은 HMM 측이 제공하는 가상데이터룸(VDR) 방식을 통해 회사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 등을 전달받는다. 실사 기간은 약 2개월로 예상하며 이 기간에 경영진 인터뷰도 진행할 방침이다.

본입찰 일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이 없지만, 시장에서는 10월 말로 예상한다. 통상적으로 실사 기간이 한 달 반 정도 소요되고 추석 연휴가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 기업들은 실사 준비에 한창이다. 유력 인수 후보인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EY한영을 통해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림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한 상태다. 만약 HMM을 인수한다면 벌크선사에서 컨테이너선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하림은 컨테이너선 분야로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의 실사는 삼정KPMG가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원로엑스,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을 보유한 이들은 HMM 인수로 물류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LX는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이들 역시 물류기업인 LX판토스를 운영하고 있어 HMM 인수 시 해운물류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자금이다. 세 기업 모두 혼자 힘으로 HMM을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1조6000억원이다. LX그룹과 동원은 각각 2조4000억원과 6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HMM의 매각 가격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HMM 매각 가격을 맞추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후보 기업들이 HMM을 인수하면 HMM의 보유한 현금을 자사 부채 상환에 사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6월 말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12조3000억원이다. HMM을 인수하는 기업은 최대 주주로 등극해 HMM의 현금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HMM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많이 축적했고 컨테이너선 업황이 침체된 지금까지 잘 방어하고 있는 편”이라며 “인수 후보인 세 회사 모두 부채가 상당해 만약 HMM의 주인이 된다면 결국 현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인수 중단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원매자들이 써낸 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산은은 매각 대상인 주식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산은 측의 잔여 물량이 매각 공고보다도 많아질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앞서 발표한 매각 지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산은이 매각 중단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HMM 매각 관련 공고에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관련 절차를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후보 기업들이 HMM의 덩치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파다하다”며 “산은이 실제 매각 중단 선언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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