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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감독으로서의 '첫 술', 배부르지 않아도 '다시 한번'

영화 '보호자'로 돌아온 감독 정우성, 뻔한 서사를 자신만의 '색'으로 완성
차가 주인공인 액션, 귀에 스며드는 BGM,칼 붙인 손전등의 살기 백미
"각 캐릭터들의 색깔이 충실한 작품 만들고 싶었다"

입력 2023-08-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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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로 제작자로 첫 발을 딛었던 정우성은 ‘보호자’로 감독의 꿈을 이뤘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우성은 얼굴과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다. 농담조로 “잘생겨서 불편한게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데뷔 초부터 그는 늘 감독의 꿈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지금은 가수 출신의 연기자나 대학로 출신의 배우가 흔한 시대지만 당시만 해도 TV와 영화, 연극을 넘나들면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시각이 우세했던 때였다.

게다가 감독의 권위는 ‘감히’ 주연배우조차 토를 달 수 없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그런데 ‘청춘의 아이콘’으로 막 스타덤에 오른 20대의 정우성이 “기회가 되면 연출을 하겠다”고 했으니 ‘과연?’이라는 물음표가 따라오는건 당연지사. 신인일 때부터 그저 ‘하고싶다’도 아니고 ‘하겠다’는 결연한 완성형 대답에는 정우성이 얼마나 자신의 직업이자 꿈이었던 '영화'에 진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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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자 감독으로 현장을 전두지휘한 촬영장의 모습.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실 영화 ‘보호자’는 출연 제의가 먼저 들어온 작품이다. 정우성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어디선가 봤을 법한 클래식한 이야기”해왔던 말은 거짓이 아니다. 10년 만에 출소해 딸의 존재를 알게 된 수혁(정우성)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그를 가만두지 않으려는 존재들의 추격은 진부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조직에서 나오려는 남자의 사투는 미쳐 몰랐던 부성애와 맞물려 ‘뻔한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왜 이 작품을 첫 연출작으로 선택했을까.

“크랭크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원래 하려던 감독님이 개인적인 이유를 들며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된거죠. 오래 이 영화를 준비한 제작사와 또 이미 꾸려진 팀들도 갑자기 할 말을 잃은거예요. 오랫동안 지켜봤던 영화계 후배가 처음으로 제작을 하는 작품인데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 보니 그런 초유의 사태가 일종의 계획(?)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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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첫 연출작인 영화 ‘보호자’의 공식 포스터. 97분의 러닝타임으로 지난 8월 15일 개봉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는 “새로울건 없는 이야기”라고 ‘보호자’를 정의 했다. “하지만 연출가로서 정우성이 어떤 언어를 선택할까를 고민하며 작품에 담아내려고 했다. 누구의 레퍼런스(이전에 완성된 자료)를 따르지 않고,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느끼고 생각한걸 담아내자”는 결심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그의 대사는 현저히 적다. 도리어 자신을 죽이려다 인질이 되는 우진(김남길)과 돌아온 그를 견제하는 2인자 성준(김준한)을 필두로 박성웅,이엘리야등이 조직의 보스를 죽이고 수감된 수혁의 서사를 대사로 나눌 뿐이다.

“상업영화에 공식처럼 나오는 설정은 일단 배제하고 시작했어요. 영화인으로서의 반항심, 책임감이 동시에 교차하더군요. 이 일을 오래하고 싶고, 진심으로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용기를 내고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던 마음이 먼저였던건 사실이예요. 배우의 입장에서는 ‘이 캐릭터를 맡아서 액션이든 뭐든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다면 역할을 다 한 거다’는 주문을 걸며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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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자신이 평소에 듣던 음악을 BGM으로 깔며 색을 입혔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실제 ‘보호자’에는 전에 없던 카 액션과 손전등을 이용한 살인장면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개봉 직후 여러 영화 게시판과 SNS에 ‘BMW가 조연급’이란 평가가 나온 건 수혁이 몰고 다니는 낡은 차 한대가 흡사 돈키호테에 나오는 로시난테처럼 충성심을 뽐내기 때문. 무엇보다 평생 충성했던 조직의 보스를 죽이는 신에서 손전등에 칼을 매단 채 불이 나간 체육관에서 맞붙는 신은 단조로운 불빛과 흐릿한 정우성의 윤곽 만으로 살에 박히는 금속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보호자’란 제목에 충실하고자 했어요.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순수함을 내걸고 아이를 지키기 위한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정작 아이는 보여주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이잖아요. 작품 속에서 아이를 그 존재 자체로 돋보이게 하고 싶었는데 관객들에게 전달 됐을까요? 얼마전 관람평을 봤는데 기억에 남는게 ‘정우성다운 영화’라는거예요. 내 도전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준다는건 역시나 최고의 행복인것 같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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