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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한경협 불참’, 준법경영 의지인가 엇박자인가

입력 2023-08-24 08:30 | 신문게재 2023-08-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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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_외관
(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일까, 계열사간 엇박자를 표출한 것일까. 삼성전자 등 그룹의 타 계열사들은 일제히 한경협에 합류했으나 삼성증권이 불참하면서 서로 결이 다른 행보가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24일 금융권, 재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을 제외한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한경협에 합류했다.

삼성증권의 한경협 불참 결정에는 정경유착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와 전경련의 혁신 의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견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전경련 복귀 명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합류에 반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준감위의 권고사항을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은 유의하는 상황에서 (한경협에) 가입하겠다고 한 것이고, 삼성증권은 (준감위가) 우려했던 부분을 다른 계열사에 비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가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 준감위는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 임시회의 후 “한경협이 약속한 싱크탱크 중심의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에 맞지 않는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정경유착 행위 △회비·기부금 등의 목적 외 부정한 사용 △법령·정관을 위반하는 불법행위 등이 있으면 관계사는 즉시 한경협을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 준감위는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불참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앞으로 여러가지 혁신안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신임 회장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불참이 기존 전경련 회원사인 다른 증권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존 회원사들은 한경협으로 회원자격이 승계되는 방식이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별도로 탈퇴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측은 한경협 불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의 불참 행보를 놓고 계열사간 엇박자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고 준감위 협약사인 삼성전자 등은 한경협 참여를 결정한 반면, 총수 일가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협약사가 아닌 삼성증권은 정경유착 방지 장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며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경유착을 근절하려고 만든 준감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열사들은 한경협에 가입을 하고, 오히려 준감위 영향력이 없는 삼성증권은 가입을 하지 않았다”며 “준감위가 사실상 정경유착을 유도하는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고,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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