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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출발 한경협, 새 이름 걸맞은 경제단체 기대한다

입력 2023-08-22 14:00 | 신문게재 2023-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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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전경련 탈퇴 후 7년 만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도 이날부로 다시 합류하게 됐다. 따뜻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가다듬는다면 재계 대표의 위상을 되찾을 기반은 다져졌다.

이제부터는 재계를 이끌며 민간외교의 선봉에 섰던 과거에다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서의 현재를 접목해 앞선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보여주면 된다. 국민이 기대하는 건 단순히 익숙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그러길 바랐다면 차라리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과의 통합 등 발전적 해체를 원했을지 모르겠다. 이날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경협호(號)’에는 새로운 비전을 가시화해야 할 책무가 주어졌다. 초대 이병철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13~17대 정주영 회장, 18대 구자경 회장, 25대 김우중 회장 시절에 재계의 총리라는 닉네임이 붙었던 것은 막중한 무게감 때문이었다.

기능이 달라졌고 시대가 달라졌다면 역할이 달라지는 게 마땅하다. 전경련 같으면서 전경련과는 다른, 보다 혁신된 한경협이 되는 것은 시대적 책무다. 지금과 이름이 같은 1961년 이래의 전경련 전신인 한경협 시절, 아니면 1968년 전경련으로 개명한 다음으로 회귀한다면 단지 이름만 바뀔 것일 뿐이다. 한경협의 출발은 비록 불완전체였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계 간사 구실을 맡으며 일관된 의지를 보여 온 덕이 크다. 한경협 스스로 약속한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려면 정치도 행정도 변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려면 사회도 친기업적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관성적으로 정경유착의 상징처럼 계속 몰아가려는 시도에는 이제 종지부를 찍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기업연합회라는 이름의 혁신 움직임조차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히 무시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더 내려갈 데 없는 내리막길까지 가 본 한경협은 윤리위원회와 같은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제도화하면 된다.

안팎 어디를 보거나 경제적으로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린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경국제민(經國濟民·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경제에 사람(人)을 붙인 ‘경제인’의 초심이다. 이것이 국가, 국민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경제인협회 이념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여기에 전격적인 쇄신이 가미돼야 한경협은 경제계 대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새 이름답게, 새 출발을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인만이 아닌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때 주어지는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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