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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 엔젤라 권 <페스티벌 피플>

한국 공연예술계의 개척자 엔젤라 권, 그리고 그와 성공과 아픔을 함께 한 친구들의 이야기

입력 2023-08-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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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K-공연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공연 기획자다. 이 책은 세계적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축제’에서 저자가 만났던 10명과의 찐한 10가지 인연을 소개한다. 공연 예술에 모든 것을 걸었던, 지금도 여전히 공연 문화에 빠져 있는 ‘페스티벌 피플’들의 이야기다.

그는 이 책에서 요즘 같은 척박하고 각박한 세성에 왜 축제가 존재해야 하는 지 일러준다. 다름에 대한 공감과 이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 차별과 혐오의 낙인이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1999년 <난타>를 시작으로 <점프>와 <카르마>,<셰프(비밥)>,<타고>,<코리안드럼>, <브러쉬>,<스냅>,<흑백다방>,<이어도> 같은 수 많은 한국 공연을 세계에 알린 사람이다. 80개 나라, 300여 도시를 돌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현재의 문화 예술계 ‘한류 열풍’이 있게 만든 주역이다.

특히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 참여를 계기로 현지의 가장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 하는 ‘어셈블리’의 극장장 윌리엄과 함께 ‘코리안 시즌’을 기획한 것은 한국의 문화를 영국은 물론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한국의 공연 작품들은 비로소 세계의 문화인들 사이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사실 저자가 한류 공연문화의 글로벌 전도사가 된 것은 1990년대 초 배낭여행으로 해외를 돌아다니다 경험한 일본과 한국과의 비교 체험에서 비롯됐다. 팬시하고 멋진 이미지로 포장된 일본과 달리 너무도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당시 경험을 통해 그는 민간에서 제작한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once), 즉 비 언어극으로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송승환 대표의 용감한 도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뤄진 <난타> 공연을 시작으로 ‘축제’와의 운명 같은 오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저자의 공연 분야 베스트 프렌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극장장 윌리엄을 비롯해 언제나 정확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 평을 해 주었던 저널리스트 겸 평론가 켈리, 부익부 빈익빈의 공연예술계에서 독립 프로듀서로 저자와 같은 힘든 길을 걸어 온 루이스, ‘남사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동성애자임을 밝혀 충격을 주었던 아트 매니지먼트사 부사장 닐스, 모국어인 게일어를 너무도 사랑한 라우라 등 절친 들의 담담한 사연들을 잔잔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그러면서 코로나 등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던 아픔도 덤덤하게 얘기한다.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축제에 온기가 사라지고, 혼돈 속 난장(亂場)의 공간이 되어 온갖 에너지와 다양함이 융합되어야 할 축제가 어느 새 외면당하는 듯한 모습에 마음 아파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단한 공연예술의 삶이었기에 그 역시 잠시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갖기도 했다고 토로한다. 영화배급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못내 후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그가 설 자리는 공연예술이었다. 의미 없는 비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기고, 그는 다시 씩씩하게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매진하려 한다.

인터넷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혐오의 정서가 확산되고, 무분별한 정쟁이 빚어지고, 다름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사회 각층의 갈등이 만연한 지금,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더 더욱 축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는 그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친구들이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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