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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다시 ‘갭투자’ 증가, 지켜만 봐도 괜찮겠나

입력 2023-08-17 15:40 | 신문게재 2023-08-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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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줄어든 수도권 일대에서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화성, 평택, 성남 분당구, 시흥, 인천 연수구 등에서 갭투자가 다수 발생한다. 갭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갭)만으로 집을 매수할 호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겠다. 화성 봉담읍 등에서는 매매전세갭이 1000만원대에 불과한 곳이 나와 화제가 된다. 서울은 송파·노원·강동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방식이 증가한다. 비수도권 중에 갭이 줄어든 세종도 갭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싣는 요소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아파트 경매 낙찰률·낙찰가율 상승, 높은 청약 경쟁률이 그것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힘입은 갭투자 증가 역시 바닥론의 한 징후일 수 있다. 갭투자의 주된 목적이 시세차익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파트 실거주 목적이 아닌 무자본 갭투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 선택이더라도 무리한 갭투자를 한 투기꾼까지 지원하게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일이다. 전세제도 개편이 아니라도 높은 전세가율을 활용한 도에 넘치는 갭투자를 막을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살아나는 갭투자는 과거 집값 상승기에 기승을 피우던 양상에는 물론 못 미친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기에는 보증금 미반환과 바로 맞닿는다. 부동산 침체기에 발생한 손절매 매물을 또 다른 갭투자자가 매수하기도 하는 데서 경각심을 얻어야 할 것이다.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 이내의 ‘갭’으로 매수한다는 자체가 위험성을 내포한다. 서울 특정 아파트 단지는 전체 거래의 80%가 갭투자인 곳도 나온다. 안정적인 자금운용계획 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해당 물건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역전세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예비신호다. 한없이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갭투자에는 전세보증금보다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진 깡통전세 위험이 잠재한다. 소액 투자로 매수가 가능하고 값이 오르면 유망 투자기법이 되는 것까지는 좋다.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자 수요는 적당해야 한다. 집값이 계속 상승할 거라는 굳은 믿음에 기댄 흔한 부동산 투자기법일지라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전세 끼고 집 사도 문제없다’라는 식의 안이함과 해이가 바탕에 깔려서는 절대 안 된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세입자와 사회에 전가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유자금이 없고 리스크를 못 줄일 경우라면 갭투자를 규제할 방안까지도 앞으로는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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