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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계좌증설 이벤트 문제없나] ① 이젠 미성년 고객까지… 휴면계좌 범죄도구화 경계해야

입력 2023-07-16 10:58 | 신문게재 2023-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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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펼치는 다양한 계좌개설 이벤트가 증권사간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가 하면, 휴면계좌를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면계좌가 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계좌증설 경쟁에 따른 후유증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정성’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을 위한 마케팅 열전을 펼치고 있다. 미성년 자녀들의 주식계좌 개설을 부추기는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국내주식 계좌개설 이벤트에 국한됐다면 이벤트 대상자를 넓히고 있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마케팅들이 증권사간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점과 계좌개설 후 사용하지 않는 휴면계좌 수도 늘어 범죄 피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사 휴면성 계좌는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론 5600만건을 넘어섰다. 휴면계좌란 최근 6개월간 매매거래나 입출금·입출고 등이 발생하지 않은 예탁자산 평가액 10만 원 이하인 계좌 등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자 확충을 위해 연말까지 미국 주식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0) 이벤트’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도 유사한 수수료 면제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주식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 한화증권 등이 가담했다.

해외주식 계좌 개설 이벤트가 성행한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식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 주식 매도, 매수 건수는 각각 472만건, 382만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매수와 매도 건수가 각각 82만건, 51만건에 불과했는데 3년만에 무려 5~9배가 늘어났다.

미성년 자녀의 계좌 개설 시 혜택을 퍼주는 이벤트도 활발하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미성년자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잠재고객 확보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미성년 자녀 비대면 계좌개설 및 해외주식 거래 혜택을 여름 이벤트로 준비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우리아이 주식 돌잡이’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이 외에 다수의 증권사들이 미성년자 대상 증권계좌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성년 고객들이 외형상 채권 등 다양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미성년자 고객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자사 고객 0~19세 미성년 계좌의 자산 중 채권(채권형 상품 포함) 비중은 15.9%로 집계됐으며, 동기간 미성년 계좌의 채권 투자액도 773억원에서 14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외주식투자에서도 미성년 투자자들의 비중이 확대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올해 4월 말 기준 미성년자 고객의 자산 구성 중 해외 주식 비중은 23%로, 지난 2019년 12%보다 약 12%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 거래는 이미 대중화됐고, 최근 미성년자 주식계좌 개설에 특히 집중하는 움직임”이라며 “한번 계좌를 만들면 잘 옮기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미래에도 미성년 이용자들이 꾸준히 계좌를 사용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일종의 투자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시업을 활성화하면서 계좌증설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미성년 투자자의 계좌 개설 장벽이 낮아진 점에 대해 이것이 악용될 경우 차명 계좌 악용 등 금융 범죄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계좌 개설 후 방치해둔 휴면계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휴면계좌의 개인정보를 편·불법으로 취득한 세력들이 이를 피싱에 악용하거나 무차별적인 스팸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고객들이 꾸준히 계좌를 관리하면 크게 문제는 되지 않겠으나, 성인 고객들도 계좌만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미성년 이용자들은 관리가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계좌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사태도 결국은 고객 스스로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지 못한 탓도 한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계좌 증설 이벤트가 문제가 없는지, 특히 미성년자 계좌에 대한 관리책이 제대로 구성돼 있는지 금융당국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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