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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해지는 美·서방 반도체 제재…ASML, 對中 우회 수출길 틀까

디지타임스 "ASML, 中 맞춤형 장비 제작할 듯"…ASML "사실 아냐"
장비 업계 관계자 "ASML 맞춤형 장비 가능성 충분'
중국, ASML 수주 잔고의 30% 차지, 매력적 시장 포기 어려워

입력 2023-07-10 06:40 | 신문게재 2023-07-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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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DUV(심자외선) 반도체 장비 트윈스캔 NXT:1980Di.(사진=ASML)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국 제재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있는 가운데 ASML의 중국용 장비 변형 출시설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에 갑론을박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ASML이 28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트윈스캔 NXT:1980Di’를 중국 고객 맞춤형으로 변형 출시할 가능성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ASML이 곧바로 이를 반박하며 중국 우회 출시설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SML이 장비를 변형해 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고, 중국이 ASML에게 유혹적인 시장이란 점을 들어 중국 맞춤형 장비 생산설이 재 부각되고 있다.

이날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변형된 DUV가) 최상의 제품으로 100% 성능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전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만드는 곳은 아닌 만큼 성능이 80%~ 90%에 불과하더라도 충분히 칩을 제작할 수 있다”면서 “(시장 캐파나 성장성 등을 놓고 볼 때)ASML이 중국용 장비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ASML의 최대 시장 중 하나라는 현실이 ASML의 중국용 장비 제작설에 힘을 싣는 요인이란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주 잔고가 2년치 물량인 390억유로(약 55조7260억원)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중국 물량이 전체의 30% 안팎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시한 중국 비중 18%보다 급증한 수치로다. 당시 ASML의 전체 수주 잔고가 올해와 유사한 380억유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대중국 수출 비중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대로 ASML이 DUV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할 경우 수익에 직격탄을 맞게된다.

ASML이 거점을 둔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의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이 들어간 제품 수출을 위해서는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지침에 동참, 지난달 30일 회사가 노광장비를 수출할 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 경우 DUV에는 미국의 부품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ASML의 대중국 장비 길은 막힌다.

즉,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항시 동조할 수 없다는 부분도 ASML의 중국용 장비 제작, 혹은 우회 수출설에 무게감을 더한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14억 거대 중국시장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미국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음에도 불구,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들의 방중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3년만에 중국 땅을 밟은 일론 머스크(테슬라)나 랙스먼 내리시먼(스타벅스), 제이미 다이먼(JP모건), 팀 쿡(애플) 굵직굵직한 기업 CEO들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윤을 축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에 비춰볼 때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중국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ASML의 맞춤형 장비 중국 우회 진출설과 관련,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리 기업들의 스탠스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를 받았으나, 미국이 언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관련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실상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당장 중국에 장비를 반입한다든지 투자를 늘리는 등 행보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와 고부가가치 칩 위주의 초대형 국내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당분간 대중국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등을 양산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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