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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선호에게 이런 '얼굴'이… 영화 '귀공자'로 웃.었.다!

[人더컬처] 영화 '귀공자' 김선호
데뷔 14년 만에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들고 대중과 만나… 사생활 논란 2년전 영화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 러브콜
선과 악 구분 모호한 킬러 역할,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추격과 액션 느와르 장르에 딱 맞게 소화

입력 2023-06-19 18:30 | 신문게재 2023-06-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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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황태자’ 로 불린 김선호는 평소 박훈정 감독의 오랜팬 임을 밝히면서 “ 대본보다도 감독님과 함께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며 캐스팅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전 연인의 사생활 폭로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김선호. 그가 영화 ‘귀공자’로 돌아온다. ‘인간의 성악설’을 잔인하지만 미학적으로 그려온 박훈정 감독이 가제 ‘슬픈 열대’라는 시나리오로 그에게 안긴(?) 작품이었다. 국민 예능프로그램 ‘1박 2일’로 친근함을 어필하고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인기절정을 달렸던 김선호는 일찌감치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이 영화를 점 찍었다. 

타고난 하얀 피부와 웃을 때 살포시 들어가는 보조개, 선한 이미지로 당시 그의 얼굴이 들어간 브랜드만 20개가 넘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뜨고 나니 변한 남자’로 점철된 폭로와 반박증거 그리고 소속사의 공식입장이 나오기까지 김선호는 사과와 침묵으로 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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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추격하는 이야기다. 김강우와 고아라가 보여주는 진중한 연기, 신예 강태주의 존재감이 김선호와 묘한 긴장감을 이룬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이후 예정된 작품에서 모두 김선호를 손절할 때 ‘슬픈 열대’는 주인공 교체 없이 촬영을 감행했다. 촬영이 미뤄지긴 했지만 제작사나 감독이 보인 신뢰가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완성작을 무려 1년 만에 봤어요. 지금도 영화 데뷔를 ‘귀공자’로 했다는 자부심이 가슴 속에 충만해요. 스크린으로 크게 보이는 제 얼굴은 여전히 낯설지만요. 제 개인 사정으로 촬영이 미뤄진 게 너무 미안했기에 배우로서 연기로 보답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치유하게 만든 고마운 작품이죠.”


박훈정 감독은 일찌감치 이 영화를 이끌 ‘깔끔한 미친 놈’이라는 키워드에 자연스럽게 김선호를 떠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 태엽 오렌지’의 기괴함을 한국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감독은 김선호에게 원작의 알렉스가 천진난만하게 우유를 마시듯 콜라를 안기며 “최대한 쪽쪽 맛있게 마셔달라”고 주문했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코피노(한국인+필리핀 혼혈아를 현지에서 부르는 말)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해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추격하는 이야기다. 

그가 ‘귀공자’에서 맡은 역할은 마르코를 별다른 이유없이 추격하는 인물로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캐릭터다. 한국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오랜 시간 기다리던 엄마는 결국 병을 얻었고 버려진 마르코는 길거리 복서로 생계를 이어간다. 

반전은 마르코의 생부와 형이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반대의 이유로 마르코의 귀국을 반기지 않는 집단도 있다. 그 두 세계에서 김선호가 연기하는 귀공자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표출하며 관객을 혼란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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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애서 지금의 제목이 된 상황에 대해 “솔직히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부담스러웠다. 무게감이 달라질텐데 괜찮을까?”란 고민이 많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첫 느낌은 ‘완전 또라인데’였죠. 타고난 킬러인데 구두에 피가 튀거나 물이 묻는 걸 극도로 꺼려요. 게다가 엄살도 심하고 툭하면 거울을 보잖아요. 사실 뛰는 연기는 제가 군대 조교 출신이라 제법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귀공자’는 토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최고급 구두와 부츠를 신고서요.(웃음)”

김선호는 ‘귀공자’ 촬영 기간을 “배우로서 주어진 시간이 많은 게 낯설지만 즐겼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언론시사회를 앞두고서는 ‘연기가 늘었으려나?’라는 기대감마저 들었다고.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광기와 추격’이란 쉽지 않는 감정을 충돌시킬 때 김선호는 ‘왜?’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 덕분에 자신의 약점인 고소공포증도 이겨내는 ‘기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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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지 로케이션 당시 김선호를 ‘홍반장’이라 부르는 팬들이 몰려들어 가끔 촬영이 지연될 정도였다고.(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고가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돌기 직전에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촬영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선악이 모호한 귀공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린애처럼 즐기는 캐릭터잖아요. 어느새 뛰어내리면서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연기를 본 박 감독이 “편집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위트를 더 살려봐”란 주문을 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참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으니 대신 차진 욕을 구사해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감독님이 ‘네 평소 말투가 너무 호의적이야, 분노하고 욕하는 걸 연기해봐’라고 하시길래 참고 작품을 물었더니 ‘내 작품 있는데 뭘 묻냐’고 핀잔을 주셨어요. 다시금 ‘신세계’를 봤는데 정말 선배들 연기에 감탄했죠. ‘와, 욕은 소리 지르지 않아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많이 참고했습니다.”

김선호는 현재 ‘폭군’ 촬영을 마무리하고 OTT 시리즈 ‘망내인’을 준비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 ‘밀정’부터 최근 ‘거미숲’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으로 동생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언니가 미스터리한 남자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다음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다시 하고 싶다”면서 “마을 주민이나 형, 오빠, 동생 같이 친근한 역할을 맡는다면 좀 더 진솔한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그간의 마음고생과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연기’만이 최선임을 절실하게 깨달은 단단한 눈빛으로.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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