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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의 '만두'라면 그럴'만두'하지 않겠어?

[이희승의 영화 보다 요리] 만두
19년 전 쓰레기 '만두파동' 겪었지만 글로벌 입맛 사로잡아, 비비고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며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
최근 '박하경 연대기',과거 '올드보이'에서 인연과 복수의 아이템으로 또다시 회자돼 눈길
만두피 직접 만들려면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 건뎌야하지만 그럴 가치 충분

입력 2023-06-15 18:00 | 신문게재 2023-06-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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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간혹 서비스로 치부되는 만두. 탕수육를 시키면 당연하게 서비스되던 군만두, 새해가 되면 먹는 떡국에 든든함을 더하거나 냉면집에서 사이드 음식으로 시키던 음식이 바로 만두였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만두 강국’이다. 지난달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프라이빗 라벨(PL·자체 상표) 박람회’에 몰린 해외 바이어들은 “유럽 주요 도시에 한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층은 이미 한국의 예능과 드라마를 접하며 한식에 반해있다”며 한국 PB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박람회에서 할라페뇨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낸 잡채만두는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출시 후 미국 만두시장 판매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비비고 치킨&실란트로’ 는 중국식 만두와는 차별화된 ‘한국식 만두’의 인기를 더욱 확고히 한 주역이다. 중국이나 홍콩에서나 주식이었을 뿐 유럽 출장에서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을 때 들른 아시아 음식점에 나오는 만두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일본식당의 교자나 태국 음식점에서 만난 덤플링(고기 요리에 넣어 먹는 새알심)은 결코 푸짐한 한국만두와는 비교할 수 없다.

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11년 탄생한 비비고는 2018년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원을 넘어서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넣은 건강식임을 강조하고  ‘Dumpling’이 아닌 ‘Mandu’로 표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친밀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박하경
생전 처음 보는 두 사람이 2인분 부터 주문가능한 만두전골을 주문하는 ‘박하경 여행기’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한국에서는 밀가루 피에 고기, 두부, 채소 등 소를 넣어 조리한 모든 음식을 통칭해서 만두라고 부른다. 최근 웨이브에서 공개된 ‘박하경 여행기’에서 국어교사인 주인공 하경(이나영)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줄을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아뿔사. 먹고싶은 만두전골은 2인분이 기본주문이다. 

그때 뒷편에 있던 소탈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나도 혼자인데 합석해도 될까요?”라고 다가온다. 처음 보는 사람과 식사를 나눈다는 건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게다가 마주보고 먹어야 하는 탓에 편하게 입에 들어갈 리 없지만 이 식당은 그야말로 ‘만두 맛집’이었다. 별다른 대화없이 오롯이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닌 밥심을 채운 그 순간 앞에 앉아있던 그 분이 자신이 하려던 말을 꺼낸다. 

“밥 볶을까요?”

바로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기로 했다는 그 중년의 여성을 바라보던 하경은 그가 자신의 10대 시절을 견디게 해준 만화책의 작가임을 알아챈다. 만두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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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단편으로 인기를 끈 ‘바오’.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에서 만두는 모성애와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소재로 쓰인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중국계 캐나다인 도미 시 감독 작품으로  2019년 오스카 최우수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상 수상작이다. 장성해 독립한 아들을 그리워하던 중국인 엄마는 빚던 만두에 생명이 깃들면서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다시 느낀다. 하지만 지극정성을 돌보던 아기만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소년이 되고 반항을 하더니 여자친구와의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분노해 만두를 먹어버리면서 진짜 아들이 돌아오고 가족은 화해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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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질리게 먹은 만두를 찾아 복수에 나서는 영화 ‘올드보이’.(사진제공=쇼이스트)

 

‘만두’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 최민식 주연의 ‘올드보이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를 외치던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납치돼 어딘가에 갇혀 버린다. 그날로 아내는 물론 딸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던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에게 주어지는 건 군만두. 그렇게 오대수는 군만두를 먹으며 15년을 버텼다. 그는 왜 갇혔는지도 모른 채 긴 시간을 흘려보낸 후에야 우여곡절 끝에 감금방에서 탈출한다. 

그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일식집. 신선한 게 얼마나 당겼을지 가늠이 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친상간의 비극이 되는 요리사 미도(강혜정)을 만난다. 15년을 갇혀 질리게 매일 먹었던 만두를 찾아나선 오대수에 미도가 동행자가 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 속 만두는 부산 기장에 위치한 장성향 오시리아 점의 것으로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애초 최민식은 오대수가 갇혀 매일 먹는 요리로 짜장면을 박찬욱 감독에게 제안했지만 “지긋지긋한 느낌을 주려면 군만두여야 한다”는 감독의 말에 단번에 설득당했다는 후문이다. ‘올드보이’는 이후 2004년 전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쓰레기 만두 파동’에 연이어 회자가 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폐기돼야 할 단무지를 더러운 물로 씻은 뒤 만두소로 만들어 대량 납품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만두=쓰레기’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손만두를 팔던 식당들에도 불똥이 튀어 줄도산을 하고 단무지가 소로 들어가지 않는 만두업체조차도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19년이 흐른 지금 만두는 든든한 한끼 식사인 동시에 외국인들조차 캐리어 안에 가득 사들고 가는 인기 선물이다. 고기·오신채 등을 넣지 않은 정통 사찰식 만두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아이들 입에 쏙 들어갈 크기의 용 모양 ‘용가리 만두’를 새로 출시하며 브랜드 인기를 공고히 하려는 업체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 불고기·비빔밥 등을 주 종목으로 삼아 교민이나 한인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던 한국 식당에도 만두는 ‘힙’(hip·유행에 민감)한 메뉴다. 대만에서 10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배하정씨는 “예전에는 만둣국을 찾는 손님은 한국 사람이 거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70% 이상이 외국손님”이라면서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먹으며 반짝 인기를 자랑한 라면과 치킨의 인기를 누를 정도”라고 밝혔다. 손으로 만들었 건 기계로 찍어냈던 간에 그럴 ‘만두’한 맛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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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만두피 집에서 만들려면

▷ 만두를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에는 온갖 재료가 들어가지만 만두피 만큼은 일정한 두께의 반죽이 필수다.

 송편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찹쌀가루가 들어간 반죽은 쫀득하긴 하지만 만두의 제 맛을 살리진 못한다.

 이북식은 좀 두껍고 퍽퍽하지만 되려 그런 점이 손만두의 매력을 더한다.

 강력분과 중력분을 섞어 쓰는 걸 추천한다. 강력분만 쓰면 쫄깃함은 보장되지만 피로 밀기가 쉽지 않다. 뻑뻑한 주름을 감당할 수 있다면 도전하자

 색을 내려면 치자물(노란색), 백련초가루(핑크색), 시금치가루(연두색)를 적당히 섞으면 된다. 바로 사용하지 않고 1시간 정도 비닐에 넣어 숙성한 뒤 만들면 만두가 잘 터지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도, 미는 것도 싫다면 시중에 나오는 만두피도 훌륭하니 집 근처 마트를 적극추천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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