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나 꼰대?”…거침없는 MZ 신입에 자기검열 빠진 선배들

신입 말투가 거슬리다는 기성세대
"상사 질문에 'Yes'…기분 나쁘다"
MZ 신입 "불편해하는 것 자체가 꼰대"
직장인 77.2% "세대차이 실감해"

입력 2023-05-31 13:42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lip2023053109182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라인드, 인스티즈 등 직장인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최근 “제가 꼰대인가요?”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지적하기 전 혹시 내가 시대 흐름에 뒤쳐진 건 아닌지 ‘꼰대 검열’을 하는 모습이다. 스스로 두 번 세 번 생각해보고도 혹시나 요즘 애들의 심기만 건드리고 꼰대로 치부될까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하는 웃픈 지경에 이른 것.

이러한 선배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일부 MZ세대 신입들은 “불편해하는 것 자체가 꼰대”라는 반응을 보이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입의 ‘~해요체’가 거슬린다”는 글이 화제다. 글쓴이는 “신입이 내가 뭘 알려주면 ‘고마워요’라고 하고 퇴근할 때는 ‘퇴근할게요’, ‘들어가 볼게요’라고 하는데 우리 땐 보통 ‘고맙습니다’처럼 ‘-다’를 붙이는 게 맞지 않냐”며 “내가 예민해? MZ 신입들 말투 거슬리네”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친근하고 부드럽게 들리는데 뭐가 문제야?”라며 말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신입이 이상하다. 비즈니스 매너란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영업사원이 고객한테 ‘고마워요’라고 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는 것처럼”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신입의 “네 이해했습니다”가 거슬린다는 글에도 많은 의견이 달렸다. 글쓴이는 “얼마 전 들어온 신입이 뭘 알려주면 ‘네 이해했습니다’라고 한다. 근데 보통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지 않나? 뭘 말했을 때 이해하는 건 당연한 건데 굳이 이해한다고 하는 건 비꼬는 것 같다”고 적었다. 대부분의 댓글은 “글쓴이 참 피곤한 선임이다”, “실드불가 젊꼰”, “불편해하는 것 자체가 꼰대”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근데 난 상사한테 저 표현 안 쓰긴 한다”, “비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신입의 대답 방식이 불편하다는 고민 글도 있다. 글쓴이는 “신입 가르치는데 신입이 실수해서 메신저로 가르쳐 준 대로 한거 맞냐고 ‘Yes’라고 답이 왔다”며 “이거 제가 기분 나쁜 게 맞는 거죠? 저 꼰대 아니죠?”라고 물었다. 이에 “거짓말이지? 안 믿을래”, “난 신입이 ‘자료 보내주시오~’라고 하는 것도 봄”이라는 반응과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 “기분 나쁠 것까지야”라는 반응으로 갈렸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1년 1354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세대갈등’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7.2%는 ‘세대차이를 실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서’(68.5%)가 가장 컸다. 이어 ‘워라밸 중시, 야근 최소화 등 일과 삶 분리 정도가 달라서’(40.7%),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달라서’(38.4%),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차이가 나서’(34.8%) 등의 이유가 있다.

이처럼 직장 내 세대 차이는 사회생활에 능숙한 윗 세대와, 반대로 그렇지 않은 아래 세대가 서로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국내 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20대 A씨는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예의가 없다고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입들은 사회생활 초년생이다 보니 상사의 말에 어떤 대답이 옳은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며 “만약 MZ신입들의 말투나 행동이 불편하다면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단 ‘아직 잘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라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50대 공무원 B씨는 “처음에는 신입들 특유의 편한 말투나 행동이 적응이 안 됐고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까 분위기 자체도 많이 편해진 것 같아 ‘꼭 회사 내에서 딱딱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서로가 차이를 이해하고 세대끼리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민아 인턴기자 jma117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