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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출항④] 한화오션도 피하지 못한 인력난, 해법 있나

입력 2023-05-30 06:56 | 신문게재 2023-05-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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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표 방산기업 한화가 조선사 대우조선해양과 만나 통합 에너지 방산 기업 ‘한화오션’ 탄생이란 화려한 축포를 쏘아 올렸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첫 인수 실패 이후 재도전 끝에 재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9년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 이후 24년 만에 새 주인을 찾으며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몸집이 급격하게 커지면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당장 시너지 창출과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확장 등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브릿지경제는 한화오션의 비전과 남겨진 과제에 대해 5회에 걸쳐 꼼꼼하게 짚어본다.<편집자 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제공=한화오션)

 

“우리나라가 조선업 세계 1위인 이유는 기능공들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 조선업계에 가장 필요한 인력은 기능공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조선소 현장의 자동화가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조선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용접공, 도장공 등 숙련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합니다.”

윤현규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지난 23일 출범한 한화오션에도 해당되는 조선업계 인력난 이야기다.



◇인수는 ‘마무리’, 조선업 심폐소생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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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한화오션 인수를 마무리 지었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조선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처우, 원하청 격차 심화 등으로 인해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

인력 이탈은 한화그룹이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지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회사(한화오션)를 떠난 사무직 인력은 405명이다. 이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2018년 퇴사 규모(177명)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핵심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만 160명이 넘는 한화오션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긴데다, 실무 업무의 주축인 대리·과장급 특수선 설계 인력 유출이 심화됐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던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가량이 줄었다.

그 이유로는 동종업계 대비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숙련공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급여는 국내 조선3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직원의 평균 임금은 8000만원대였으나,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임금은 7000만원대였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이어진 조선업 침체로 조선업의 임금 수준은 나아지질 못했고, 어느새 국내 조선업에 대해서는 ‘장시간 고강도 육체노동’과 ‘저임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조선협회가 도장 분야 신입직원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는 ‘저임금’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높은 노동강도(16%), 불투명한 미래전망(13.3%), 열악한 근로환경(9.3%)순의 응답이 나왔다.

윤현규 교수는 조선업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정부에서도 외국 인력을 많이 들여오려고 하고 있지만, 기능공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이들이 평택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쪽으로도 인력이 많이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근무 환경이나 급여 측면에서 조선소가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3년간 매년 5000명의 외국인력을 충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원하청 격차 심화·안전사고…조선업계 고질병 해소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또 있다. 조선업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되는 이중구조는 인력 부족 현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원청-하청업체 직원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확연히 다른 것을 말한다. 하청은 원청과 비교해 고용 안정성, 임금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탓에 등을 돌리는 인력이 늘어나면서 하청업체의 일손 부족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재해도 사람들이 조선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족한 인력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4건의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그룹 편입 효과를 고려하면 한화오션의 복리후생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그룹의 장기근속 포상제도도 한화오션에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기업’ 만들기 위한 대책은  

한화오션 CI (국문)
한화는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신규 인력 확보, 안전 투자 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점차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력 확보는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경쟁사들도 대규모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는 향후 한화오션의 처우 개선안, 복리후생 등에 관해 구체적인 방안이나 입장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국내 조선업에 회복 신호가 감지되는 지금, 인력난을 타개할 한화의 묘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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