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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대우조선③] '넘치는 물량·태부족 인력'…한화 최대 뇌관은 ‘안전경영’

작업물량 늘어…납기 지연·사고 발생 우려↑
1년새 사망사고 4건…현장서 혼재작업 여전
"한화오션 출범後, 안전 투자로 노사 윈윈해야"

입력 2023-05-22 06:21 | 신문게재 2023-05-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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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 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23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수년간 임금 삭감·동결의 아픔을 견뎌냈다. 조선산업은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대우조선 직원들은 경쟁사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다. 결국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남은 구성원들은 한화와의 만남을 반긴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기업 직원들의 설움이기도 하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화오션 탄생 이후 기존 구성원의 근로 환경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3회에 걸쳐서 짚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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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최신 기술인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의 항해 모습.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조선업이 10년 만에 슈퍼사이클을 맞았다. 오랜만의 호황이지만, 대우조선 현장 노동자들의 걱정은 크기만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넘치는 작업량을 감당하려면, ‘업무 과부하’를 피할 길 없다. 과중한 업무는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여기에 새 주인 한화는 조선소를 경영해 본 적이 없다. 조선업계 안팎에서 한화의 ‘안전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다.


◇늘어난 작업량, 남은 자들의 몫

2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누계 기준으로는 한국이 312만CGT(65척·44%)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259만CGT(110척·37%)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3~4월 기준으로는 중국에 수주량이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도크가 포화상태로 선박 건조까지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하루라도 빨리 배를 받아야 하는 선주들이 차선책인 중국을 선택해 최근 2개월 수주량이 중국에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 호황으로 조선사들은 이미 2~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대우조선 역시 3년 치 물량을 보유했다. 자연히 근로자들의 작업량도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작업량은 남은 오롯이 남은자들의 몫이다. 현장에선 다양한 부작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최상규 대우조선해양지회 대외협력실장은 “직원들의 이직과 퇴사로 현장 스케줄이 다 꼬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뒤에 나와야 할 블록이 앞에 먼저 나와버리는 등 업무 순서가 뒤죽박죽”이라고 토로했다. 내부에선 납기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다. 업무 과중은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현장 인력 부족으로 남은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늘어나 혼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예전보다 안전과 관련된 위험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적은 인원에 납기일을 맞추다 보니 근로자들의 혼재작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했던 C씨는 “용접과 도장 작업은 폭발 위험성 때문에 인접한 장소에서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납기 일자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선 혼재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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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화표 안전경영, 기대 반 우려 반

사고 위험이 큰 현장에서 일하는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한화가 조선업 특유의 안전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작업 특성상 위험 요소가 상당해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상규 대우조선해양지회 대외협력실장은 “한화는 조선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선소가 요구하는 안전 수준이 어디까지인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선소는 일반적으로 한화가 운영하는 기업과 달리 더 높은 수준의 안전시설이나 의식이 요구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우려를 이해하는 분위기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직원 입장에선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대우조선은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고, 같은 해 9월과 10월 하청업체 근로자, 올해 3월 대우조선 소속 직원에 이르기까지 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우려와 달리, 업계에서는 합병 시너지가 산업 전반으로 퍼지기 위해서라도 한화가 안전 문제를 절대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중대재해법 적용으로 기업들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한화가 조선업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안전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당연히 할 것이고 이런 부분을 통해 한화가 안전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안전 투자 강화 목소리가 여전하다.

대우조선 하청 근로자 D씨는 “새로운 경영진으로 바뀌면서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지만 안전 부분만큼은 더 강화되길 바란다”면서 “오래된 설비 교체나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 현장 직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결국 회사와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사업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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