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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무려 45일이나 미뤄졌던 2분기 전기요금이 16일부터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오른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혹은 난산 끝 졸작’이란 혹평이 나온다. 당장 한국전력은 2조원 안팎의 추가 판매수입을 예고했지만 적자 행진을 피할 수 없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올 여름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4조6000억원에 달하며 천문학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6조1776억원이었다.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로 인해 8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국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단가는 kWh당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지난 1~2월에도 한전은 kWh당 165.6원에 전기를 구매해 149.7원에 팔며 15.9원의 손해를 봤다. 전기요금을 좌우하는 국제 연료가격도 최근 안정화 추세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kWh당 8원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한전의 재무 악화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와 판매 가격이 역전된 역마진 구조가 여전해 한전의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2025~2026년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 목표 수준에 도달하려면 하반기에는 30원 이상 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올 1분기 전기요금은 13.1원, 2분기는 8원 인상에 그쳤다. 다가오는 3분기와 4분기는 여름철 전력 수요 및 난방비 부담 등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2분기가 전기요금을 큰 폭 올리기에 적기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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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력량계 모습(사진=연합) |
한전은 지난 12일 핵심 부동산 매각, 임직원 임금 상승분 반납 등의 내용을 담은 25조원대의 자구안을 내놨다. 다만 이같은 자구책에도 근본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통해 역마진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전의 부채도 작년 말 기준 192조8000억원에 달하며 전년보다 47조원 폭증했다. 부채비율은 459.1%에 육박했다. 4월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530억원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전의 악화된 재무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한전은 매년 5조원 이상의 순이익이 발생해야 2027년 경영 정상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미달하고 있어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전기요금 적기 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취약계층 부담완화 및 국민편익 제고 방안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1분기에만 미수금이 3조원 이상 증가하는 등 재무 부담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6일부터 2분기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당 1.04원 올린다. 가스요금은 지난 1분기 동결된 바 있다.
4인 가구 기준, 전기·가스요금이 월평균 각각 3000원, 4400원 가량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