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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어디서나 조우하게 될 뜻밖의 풍경, 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문화공작소] 건축사진작가 김용관 개인전

입력 2023-05-15 18:00 | 신문게재 2023-05-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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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건축사진을 찍은 지 20여년 정도 지난 시간쯤이 됐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찍은 건축 사진이 나만의 사진인가. 건축사진의 저작권 인식이 적었을 때부터 정말 치열하게 싸웠고 그때까지는 ‘이건 내 사진이야’라는 의지가 되게 강했거든요. 그런 저에게 스스로의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죠. 이게 저의 기록이고 제 인생이기도 하지만 또 한 건축가의 인생을 같이 기록하는 사진이더라고요.”

건축 사진을 시작한 지 30년을 맞은 김용관 사진작가의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8월 6일까지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가 한창이다. 그는 제주 방주교회, 포도호텔, 수, 풍, 석 미술관 등으로 유명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유등룡)을 비롯해 도미니크 페로, 민성진, 조병수, 김찬중, 김태수, 마리오 보타, 조민석,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쟁쟁한 건축가들의 건축물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다. 

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첫 작업부터 저와 20년 동안 함께 한 건축가가 있고 심지어 30년 가깝게 인연을 이어온 분도 있어요. 어떤 전문가의 그 길을 제가 동행한 느낌을 받았죠. 나만의 사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았고 공적인 마인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작권이나 저작 인접권 등 크레디트와는 전혀 다른 문제죠.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건축물이 단순히 피사체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과의 관계, 건축가들과의 인연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니 보다 많을 것들이 보였죠.”

1990년 건축잡지 ‘건축과 환경’부터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한 김용관 작가는 플라토갤러리(구 로뎅갤러리) 사진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 건축 사진가상을 수상했다. 건축매거진 ‘다큐멘텀’의 발행인이자 출판사 아키라이프 대표이기도 한 그는 덴마크 건축가 비아르케 잉엘스의 첫 작품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건축물을 건축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됐달까요. 제가 다 잘 볼 수는 없지만 사람과의 관계, 어떤 도시와의 관계, 땅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 등이 이미 다 얽혀있는 걸 오랫동안 훈련된 시각으로 찾아내려고 또 다른 훈련 중이죠.”

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개인전은 그의 사진 1000여점 중 39점을 추려 선보인다. 전시할 사진 선정 기준 역시 “나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돼 10여년간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들이다.

“시민분들을 위한 대상이 좀 우선적이었어요. 어디선가 그래도 봤을 것 같은 유명한 건축물 혹은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 공적인 건축물 등을 우선으로 골랐어요. 30% 이상이 그런 사진이고 제 대표적인 사진들도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해주시는 이타미 준 선생님과의 작업도 있죠. 일반 대중분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진이기도 해서 6점을 배치했어요. 더불어 저의 앞으로를 위한 호기심 같은 부분도 일부 있죠.”

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첩첩산중 자연과 어우러진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사유원, 새하안 눈 밭 위에 선 이타미 준의 비오토피아 석뮤지엄, 동틀 무렵 울릉도 해안가에 자리한 김찬중의 힐링스테이 코스모스와 “오피스 건축의 표정을 담고 싶었다”는 JTBC, 질서와 변화가 혼재된 서울 해방촌,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조민석의 부티코 모나코, 우리의 일상처럼 표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DDP 등. 김용관 작가의 전언처럼 “저 양반이 도대체 뭘 찍은 건가 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 건축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도시의 신축건물과 그가 “신축건물을 위해 잠시 죽은(?)”이라고 표현한 공사현장을 대비시킨, “제가 꿈꿔왔고 호기심을 가진” 앞으로의 작업 주제도 엿볼 수 있다. 

“건축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기본적인 사진도 있지만 다니면서 조우하게 되는 풍경들이 저는 되게 좋아요. 여행을 갔다가 우연찮게 비가 와서 나오는 풍경들이나 눈 위에 덩그러니 선 상상 속 건축물과의 만남…그런 사진을 찾으러 다니는 게 즐거워요.”

김용관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개인전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스스로를 “1990년대부터 대형 원판 필름으로 사진을 시작했고 그걸로 교육받고 성장한 사람”이라며 “지금도 한장 한장 다 손으로 (후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필름카메라와 병행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작업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그 중 골라 합성하기 보다는 하루에 세네 장 정도를 찍어 일일이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이를 “사진 하나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같은 건축물이라도 원판 대형 필름과 디지털 사진이 미묘하게 다다다. 그 느낌도 재밌게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일로 촬영을 나갈 때가 아니라도 제 소지품 중에는 항상 카메라가 있어요. 여행이든, 골목길이든 어디를 가든 어떤 장면들을 만나는 걸 기대하고 다닙니다. 그게 이제 일상이 됐어요. 그렇게 나름 성장을 해왔고 사진도 조금 폭이 좀 넓어진 것 같아요. 그걸 저는 그냥 시각적 훈련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 부분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은 행동인 거죠.”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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