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부동산 > 부동산 뉴스

전세피해자 거주권 보장되지만… 보증금 못 받아 '반쪽대책'

경매주택 공공매입 기대와 우려

입력 2023-04-23 17:31 | 신문게재 2023-04-24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lip20230423151112
(사진=연합)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매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제도를 활용해 대신 매입해구기로 했다. 기존 매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서울 강서구를 비롯해 인천 미주홀구, 경기도 화성 동탄, 대전, 부산 등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차인 피해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세사기 대상 주택의 범주 기준이 모호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세 피해가 시급하고 워낙 절박한 만큼, 이미 예산과 사업 시스템이 갖춰진 LH 매입임대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경우 LH가 대신 사준 뒤 이를 시세보다 싸게 임대해 거주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가 인천 미추홀구에 그치지 않고 경기 화성·구리와 대전,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보다 적극적인 구제 대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피해 임차인에 경매 주택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했지만, 임차인은 경매 최고가로 주택을 매입하게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피해를 당한 상황이 다르고 저리대출을 해줘도 임차인이 주택을 매입할 능력이 없는 경우 많아 부정적인 반응이 커지자 공공매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 중인 지원방안은 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피해 임차인이 원할 경우 LH가 해당 주택을 대신 사주는 방식이다. 임차인이 원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LH가 대신 행사하는 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LH 매입임대는 2년 단위로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거주 가능하며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일반 시중 전월세보다 세입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는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임대 방식을 진행할 경우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키지 않고 싼값에 재임대를 제공해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재정 투입없이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피해 임차인은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이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도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전해주지는 못해 임차인의 보증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범위가 모호한데다, 역전세난 심화로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세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전세는 시장가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반면, 전세 사기는 타인의 재산을 편취하려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범죄로 구별돼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는 개인과 개인 간의 계약 같은 사적 계약을 모두 공공이 통제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주택인 게 알려지면 입찰을 꺼리게 되고 유찰이 거듭되면 매각이 지연되거나 저가 낙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2금융권은 그나마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지만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또 다른 축인 추심·대부업체에도 손실을 감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