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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루드윅’ 소박한 음악가 테이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과의 세 번째 맞닿음, 제 삶이 더 재밌어졌어요!”

[人더컬처] 뮤지컬 ‘루드윅’ 테이

입력 2023-02-06 18:00 | 신문게재 2023-0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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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사진제공=FUN한 엔터테인먼트)

 

“행복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습니다. 노래도 재밌고 사업도 재밌고 이제야 뮤지컬도 좀 재밌어요.”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 3월 12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테이는 요즘을 “재밌다”고 표현했다. 

그가 2019년부터 합류해 세 시즌에 걸쳐 베토벤으로 분하고 있는 뮤지컬 ‘루드윅’은 ‘인터뷰’ ‘스모크’ ‘은밀하게 위대하게’ ‘블루레인’ 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김병진 안무가 콤비작이다. 

2018년 초연된 후 매년 관객들을 만나면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루드윅’은 강압적이었던 아버지, 희미해져 가는 소리들, 청력상실로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 희망 등으로 고난을 마주했던 베토벤의 이야기다. 


◇세 번째 베토벤 “보이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져 즐거워요!” 

  

[테이] 프로필 사진 (1)_제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2019년) 처음 할 때는 ‘내가 잘해야지’라고 저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에는 좀 편하게 ‘이런 기량들을 보여줘야지’ 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함께 하는 사람들에 따라 변한다는 걸 깨달아요. 어떤 청년, 그들의 마인드와 스타일 등에 따라 맞춰주게 됐죠. 그런 작업들이 되게 즐거워요. 그렇게 무대가 재밌어졌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가슴 아픈 청년시절, 스스로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고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강박 등으로 휘청이는 베토벤(테이·김주호·박민성·백인태,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여자라는 이유로 건축가로서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시대에 맞서는 마리(이은율·유소리·이지연)라는 가상 인물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을 할 때 들리는 만큼 발전하는 것처럼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보이는 만큼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더라고요. 확실히 이번 시즌에서는 보이는 게 많아졌어요. 그때보다는 또 발전했고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보여서 점점 신나고 그래요.”

 

음악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넘치던 아이 발터(박이든·김시훈)에 대한 죄책감, 강압적이고 집착하던 아버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조카 카를(임세준·김준영·정재환·조환)이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는 아이러니, 건축가로서의 꿈을 위해 남장까지 감행하는 마리와의 연대 그리고 마지막에 그 정체가 드러나는 젊은 피아니스트(크리스 영·양찬영·조재철)로 인한 평생을 갈구했던 음악의 미래에 대한 깨달음 등이 베토벤의 명곡들과 함께 펼쳐진다.  

 

베토벤의 다양한 음악들을 작품 속에 녹여낸 허수현 음악감독에 대해서는 “음악에 신경을 안쓰게끔 하는 감독”이라며 “ 음악이 너무 어렵거나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하는 분들도 있는데 허수현 감독님의 음악은 극을 많이 고민하면 그냥 붙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게 엄청나게 재밌어요. 이번에도 음악 연습을 따로 잡지 않았어요. 테이블 리딩과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걸 더 많이 했는데 하면할수록 음악이 늘어 있어요. 시나리오처럼 음악을 써주시는 분이죠.” 

 

[뮤지컬 루드윅] 2022-2023 캐릭터포스터_루드윅_테이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그리곤 최근 좋아진 넘버로 ‘피아노’를 꼽았다. 그는 “마지막에 모든 걸 다 정리하면서 부르는 곡인데 가창력이 꽤 필요한 넘버”라며 “나이 든 목소리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부르는 넘버라 카리스마 있게 부르지는 못하지만 어려우면서도 너무 좋다”고 밝혔다. 

 

“한 구절 한 구절 함부로 편하게 불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거를 조목조목 꼼꼼하게 다 불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고 넘버죠. 베토벤 곡 중에서는 ‘합창 교향곡’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지휘자에 따라서 너무 달라 신기했거든요. 다른 곡들은 그래도 박자감이나 무드 등이 평준화가 돼 있는데 ‘합창’은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너무 다르더라고요. 베토벤 음악은 지휘자들도 무서우면서도 재밌겠다 싶어요.”

 

가수로서 자신이 연기하는 음악가 베토벤이 느끼는 고통과 고뇌, 감정, 깨달음 등에 대해 테이는 “베토벤은 위대한 음악가고 저는 소박한 음악가지만 그 바탕은 음악”이라며 “저에게도 음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루드윅] 2023 공연사진 15 넌 나의 미래 3_루드윅 역 테이, 청년 역 김준영_제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준용(스튜디오눈)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 인생에는 음악이 다 있어요. 어른이 돼서 만난 모든 인맥들은 음악 때문에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과의 갈등에도 음악이 있죠. 힘들고 즐겁게 한 것들에도 음악이 있었어요.”

 

이어 “모든 인생과의 접점, 해답까지는 아니어도 공감을 일으키는 루드윅의 대사들이 제 가수생활과 맞물리는 것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 중 ‘아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라야 한다’도 그래요. 제가 사랑하는 음악도 스스로 성장하는 대로 흘러가게 둬야 하는데 소유하려고 욕심을 내면 망가지는 것 같거든요. 사랑이 집착이 됐을 때, 그로 인한 고통과 상처 역시 음악으로 치유된다는 사실, 틀에서 깨어나려면 좀 더 내 것이 돼야 한다는 대사 등이 저한테는 의미가 깊죠. 그래선지 마지막에 카를과 만날 때의 느낌도 많이 달라졌어요.”

 

이어 “이전까지는 집착을 표현하기 위한 어떤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마지막까지도 저(베토벤)는 사랑”이라며 “저는 카를을 너무 사랑한다. 편지를 써서 본인이 후회할 때까지도 너무너무 사랑하는 삼촌이자 아버지”라고 덧붙였다. 테이는 “처음엔 노년의 베토벤 역할이 주어져서 당황했고 (베토벤의 젊은 시절, 조카 카를을 연기하는) 청년을 탐내기도 했다”며 “이제는 40대에 들어서니 청약저축을 들어둔 기분”이라고 눙쳤다. 

 

[뮤지컬 루드윅] 2022-2023 캐릭터포스터_루드윅_테이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제 캐릭터가 제 몸이 맞아가는 시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이 작품, 캐릭터를 이미 3, 4년 했으니 저축을 잘 한 거죠. 앞으로 한 20년은 더 할 수 있겠다 싶어요.” 

 


◇가수로, 인간으로, 배우로 “늘 깨달음을 얻는!”

“공연이라는 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조금 지칠 때도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달까요. ‘블루레인’이란 작품을 하면서 계속 ‘루드윅’을 떠올렸어요.사실 ‘블루레인’을 하면서 추정화 연출 글의 방향이 저에게 잘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다르기도 해서 고민도, 갈등도 치열했거든요. 그런데 왜 ‘루드윅’은 그렇게 잘 맞기만 했나 싶더라고요. 이 작품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죠.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늘 그리워했던 것 같거든요. 그걸 알고 싶었어요.”

 

그렇게 다시 돌아온 ‘루드윅’을 통해 테이는 “마지막에 말하고자 하는 점은 똑같은 것 같다”며 “어떻게 이야기할지 길은 달라도 늘 깨달음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은 그렇게 늘 고민해야하는 존재이고 그런 것들을 추구하기 때문에 ‘루드윅’이 좋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완벽한 리더를 꿈꾸지만 리더로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늘 깨달아요. 음악 역시 완벽할 수 없는 장르임에도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잘 불렀을 때는 자만하기 바빠요. 다음 무대에 가서 또 실망하고…늘 이런 것들이 반복되고 있죠.”

 

극 중 베토벤 역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깨달음을 얻는 인물이다.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줄 사람, 온 생애를 바쳐 추구한 음악세계와 미래 음악 등을 갈구해온 베토벤에 대해 테이는 “그 역시 인간”이라며 “인간은 끊임없이 자만하고 끊임없이 깨닫는 존재 같다”고 털어놓았다. 

 

[테이] 프로필 사진 (2)_제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내 음악 세계를 누가 이해할까, 나만큼 음악을 갈구하고 발전을 열망하는 음악가가 있을까…자신만이 음악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베토벤에게 피아니스트의 존재는 자만을 깨닫게 하고 반성하게 했죠.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미래의 꿈나무는 나랑 상관없는 어디선가도 잘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요.” 

 

그렇게 베토벤처럼 자만하고 깨닫고를 반복하는 테이는 “젊은 시절을 보내고 새로운 음악을 작곡할 때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베토벤이 그 시대의 스타였음이 느껴졌다”며 “굉장히 릴렉싱되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사실 자체를 잊게 되는 클래식곡들과 달리 베토벤의 음악은 멜로디가 강해서 너무 집중된다”고 밝혔다. 

 

“누군가를 위해서 쓰는 음악이었던 당시의 틀을 깨는 음악가였던 것 같아요. 그런 베토벤을 만나면서 틀을 깨고 뭔가를 다시 시작했을 때 내가 갈 길이 보이고 신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죠. 이전에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면 지금은 되게 재밌고 신나요. 최근 ‘모놀로그’ 등의 음원을 내면서 더 재밌어졌어요. 많이 먹는 걸로 이슈가 되면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력이 연장되어 있었다면 요즘은 다시 노래하는 사람으로 봐주시는 것 같거든요.”

 

그는 2023년 “공연장 사정에 따라 큰 규모 혹은 중소극장 용으로 론칭할” 자신의 이름을 건 콘서트 브랜드, 규모를 키워 좀더 큰 무대로 꾸며질 ‘루드윅’ 등을 준비하며 “신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가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음악을 할 때 이렇게 신났구나를 요즘 좀 느끼고 있죠. 요즘 가수로서, 인간으로서, 사업가로서, 배우로서의 방향성이 생겼다는 게, 이를 통해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는 게 즐거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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