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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감독 임순례'라 쓰고 진정한 '교섭가'라 읽는다!

[人더컬처] 영화 '교섭' 개봉 2주차 승승장구
요르단 현지 촬영 위해 사전답사 여러 번 "현지 스태프들 한국인의 정과 배려에 감동"

입력 2023-01-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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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2
임순례 감독은 “여태 제가 찍은 영화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 영화라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는 걱정에 현타가 오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역사상 7번째로 현존하는 여성 감독중 가장 많은 편수를 연출했고, 최고로 백억대 예산의 메가폰을 잡았으며, 여성영화인모임의 이사와 성평등센터 든든의 초대 센터장 및 동물보호 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는등 업계 종사자로서 공동의 이익과 활동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이신 훌륭한 분이시죠. 저랑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두 편을 만들었고요.”

자화자찬이 아니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임순례 감독에 대해 “감독님 최고 흥행성적인 400만 명의 기록을 ‘교섭’이 넘어설 것”이라고 ‘팩트 체크’를 남겼다. 사실 궁금했다. 영화 ‘제보자’의 날카로움과 최근작 ‘리틀 포레스트’에서 보여준 남다른 힐링, 제작과 특별 출연으로 도전한 연기를 포함해 각본과 연출만 13편이다. 무엇보다 영화 산업의 크고 작은 일에 ‘총대’를 메온 감독 아닌가. 가장 가까이 지켜본 그를 ‘교섭’을 통해 만났다고 하니 심대표가 보낸 카카오톡 메세지였다.

지난 18일 개봉된 영화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200만 고지를 향해 순탄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감독으로서 현지 프로덕션은 ‘우생순’때 현지 스케치를 담기 위해 아테네를 3일 정도 가본 초짜”라고 겸손해했다.

사실 ‘교섭’의 개봉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7년 실제 발생한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소재로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한국 영화 최초로 요르단 현지 촬영을 진행해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종교’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던 것.

“사실 처음엔 연출을 거절하긴 했었어요. 하지만 종교적인 신념이든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신념이든 그 유효함에 대한 궁금증이 들더군요. ‘국가의 책임과 기능은 어디까지 작동해야 하는 걸까?’가 시작이었습니다.”

임감독은 “소재를 둘러싼 논쟁의 유무를 떠나 분명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제작비에 상응하는 상업성과 대중성이 있는가를 보게된다”고 고백했다. 

 

교섭
영화 ‘교섭’의 한 장면. 젠틀한 황정민과 야성미를 지닌 현빈의 대립이 시선을 모은다.(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실제로 ‘교섭’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무원 두 명이 대립한다. 피랍자를 구출하기 위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이다. 현장경험이 전무해도 끝까지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 황정민의 투지와 철저히 현지화된 오지랖과 경험으로 사건의 결정적인 마무리를 짓는 현빈의 앙상블이 기대이상이다.

하지만 개봉 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유로 ‘저렇게 국민을 위해 발로 뛰는 직업적인 캐릭터가 과연 존재할까’, ‘진실을 숨겨버린 애국심의 충돌’등의 날선 반응이 올라왔다.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실제로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외교부에서조차 우왕좌왕했다 더군요. 외교적으로 백지상태인데 교섭을 하러 간거죠. 영화적으로 ‘생명을 구해야 된다’는 목적의식만 같은 공무원들과 그걸 수행하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다루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로 인해 주요 촬영지가 바뀌었기에 임감독 특유의 꼼꼼함은 ’교섭‘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페르시아언어를 쓰는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데 아랍글자의 간판이 보이는 허술함이 싫어서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곳의 간판을 교체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중국어나 일본어가 나오는 식의 어색함이 싫었단다. 극중 자살폭탄신을 촬영하는 시장의 경우 한국의 테헤란로 같은 곳이었기에 더더욱 그런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났다고.

“요르단 현지 프로덕션이 할리우드 경험이 많아서 일하기 수월했어요. 그런데 제가 간판의 글씨까지 수정하겠다고 하니 두 손을 들어버리던데요.(웃음) 감독 입장에서는 카메라 여러 대로 다양한 앵글을 못 담은건 좀 아쉽지만 공을 들인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는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크랭크인 전 수차례의 사전 답사를 하고, 해외 촬영전에 그 나라의 역사와 풍습을 한국 스태프들에게 숙지시키는것도 감독으로서의 사명이었다. 사실상 중동을 배경으로 한 한국영화가 처음인만큼 철저한 현실 고증고 더불어 예절등을 미리 공부하고 공유했다고. 일로 만난 사이일수록 ‘정은 깊게, 선은 지키는’ 촬영 분위기는 여전했다. 

 

임순례7
카메라를 잡는 시간을 빼면 늘 자연을 바라고며 쉬고, 입양견을 산책시키며 일상을 보낸다는 임순례 감독. 40년 넘게 영화를 한 것에 대해 “그러고보니 1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활동과 관련해서도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사명을 지키는 단체가 존재한 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관심 있는 주제나 소재에 따라 남성이 적합할 때가 있고, 여성이 적합할 때가 있다. ’교섭‘은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볼 수 있게. 관객에게 판단을 맡기고 싶다. 실제 사건을 찾아보는것도 영화의 기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일침’도 여전했다. 독립영화계와 대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영화인에 대한 찬사를 보내면서 “이렇게 재능이 뛰어나지만 산업으로 들어오는 비율은 너무 적다. 제작자들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은 여성 감독에게 잘 안 맡기려는게 현실이다. 이런 성차별적 현상, 유리천장과 편견을 없애는 게 든든의 역할이자 저의 사명이 아닐까” 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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