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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편리한 디지털 세상, 함께 오는 ‘디지털 치매’

입력 2022-10-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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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뇌신경센터 원장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전화 통화는 물론 정보를 습득하고 금융, 예약, 교육, 영상 시청, 게임 등을 수행하는 유용한 디지털 기기다. 만일 당신에게 단 하루만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떨까. 대개는 불편하고, 심심하고, 답답하고 뭔가 걱정스럽다 못해 불안함도 느껴질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에 ‘노모포비아(Nomophobia: No Mobile Phone Phobia)’를 선정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느끼는 불편함, 거기에서 더 나아가 걱정과 불안감, 공포감 등을 일컫는 말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금단 증상인 노모포비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영츠하이머’(Youngzheimer)로도 불리는 디지털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디지털치매는 스마트폰, 컴퓨터, 내비게이션 등 디지털 기기가 인간에게 필요한 기억력을 대신해줌에 따라 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20~30대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심각한 건망증 또는 치매 유사 증상을 특징적으로 한다.

증상은 주로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 못하거나, 단순한 암산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등 ‘건망증’에 가깝지만 자주 반복되면 일상에 불편함을 주기 마련이다.

인간의 뇌는 외부 자극을 단기기억으로 저장하고 반복학습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보면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차단돼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뇌가 퇴화하면서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디지털치매 자체가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환(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억력 감퇴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뇌의 퇴행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빠르게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과도한 디지털기기의 사용은 디지털치매가 아니더라도 디지털미디어 중독이나 불면증, 우울증, 무기력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를 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필요한 시간 외에는 디지털기기 사용을 자제한다. 채팅보다는 직접 대화를 나누고 독서나 손글씨, 산책 등 취미활동을 찾아본다.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는 외우고, 잠들기 2시간 전부터 휴대폰을 보지 않는 습관을 들인다. 뇌를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TV를 보며 전화하기, 컴퓨터로 음악 들으며 게임 및 채팅 하기 등)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꺼라’ 이 말은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가 한 말이다.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손에 붙들고 있는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끊임없어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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