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사회 > 교육 · 행정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 ‘처우개선’ 요구…학생들 집회 중단 촉구

덕성여대 "매년 적자, 수용 어렵다"
재학생들, 집회 소음으로 '불만' 고조

입력 2022-10-19 13:4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KakaoTalk_20221019_111736195
지난 4일부터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학본부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인 가운데 1층 로비 등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 등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류용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강의 위주로 이뤄지던 대학가 학사 운영이 방역수칙 완화로 대면 방식으로 전환된 후,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잇따르면서 학내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학본부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며, 12일에는 파업에 돌입했다.

덕성여대를 찾아보니 학교 곳곳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고, 대학본부 1층 등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의견 등이 적힌 여러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전날 덕성여대 앞에서 진행된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및 샤워실 설치‘는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 노동권,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정당한 요구”라며 “덕성여대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는 “우리는 최선을 다해 단결하고 있고,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 요구는 올해 3월부터 있었다. 이에 대해 덕성여대는 요구안을 전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akaoTalk_20221018_175831548_01
19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앞에서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덕성여대 정문 건물에 학생 등이 남긴 집회 관련 여러 입장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류용환 기자)

덕성여대 관계자는 “정당한 요구라고 해도 협상이 아닌,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저번 주말에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 실기고사가 학내에서 있었는데, 실기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재정의 90%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으며 매년 70억~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현재로서는 원하는 수준의 임금인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등록금 동결 장기화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내세운 덕성여대는 협의를 통한 인상안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가운데 덕성여대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농성 과정에서 꽹과리 등을 동원하고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를 내면서 각종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 침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덕성여대 게시판에서는 집회 중단 등을 촉구하는 여러 글이 등장했고, 학교 정문 벽면에는 소음공해·수업방해 등을 지적하는 입장문들이 부착될 정도다.

최근에는 집회에서 과도한 소음이 발생했다며, 덕성여대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소음 발생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세대에서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집회를 두고 학생들이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연세대 학생 3명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집회와 관련해 소음으로 인해 수업권을 침해 당했다며 주최 측을 고소, 정신적 손해배상 등 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KakaoTalk_20221018_101236623_02
지난 18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청소노동자들 앞으로 2023학년도 수시모집 실기고사 응시를 앞둔 수험생 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덕성여대의 경우 소송전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달라’, ‘소음으로 귀 찢어질거 같다’,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피해 주고 있다’ 등의 글을 게재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덕성여대 홈페이지에서는 ‘시위로 인해 겪는 학우들의 고통과 입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달라’, ‘청소노동자 시위 지지하지 않는다’, ‘청소노동자 시위 및 파업 중단해주세요’ 등의 집회 반대 관련 게시글이 잇따랐고 ‘봉사시간 부여 등을 사용해 학생들도 청소에 동원해주세요’라는 의견도 등장했다.

덕성여대 동문 A씨(30)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이에 대한 비용을 내는데 현재 파업으로 인해 청소 등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어 학교 교직원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며 “처우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더라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