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가족 ‧ 인간관계

[비바100]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버럭' 부장님 참으세요

[100세 시대] 상사들이여, 분노조절장애를 다스려라
'대면근로 전환' 조직문화 해치는 분노조절장애

입력 2022-10-18 07:00 | 신문게재 2022-10-18 12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2101710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분노조절장애의 정식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이다. 분노에 관한 감정을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우울감과 불안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원이 있는 조직은 소통이 순탄치 않다. 특히 상사가 이런 경향을 보이면 더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잘 다니던 직장을 옮기는 부하직원이 하나 둘 생긴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근무가 다시 대면 근무로 바뀌면서 상사의 도를 넘는 분노조절장애가 다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 분노와 화, 그리고 혐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불평불만을 갖고 산다. 하지만 자신의 불평불만을 그대로 여과 없이 터트릴 경우, 자신의 기분은 좀 나아질 지 모르지만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잡치게 만든다.

한국인의 ‘화병’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을 정도로 오래된 정신질환이다. 우리 민족이 분노를 속으로 삭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심리학 분야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문화의존증후군’이라는 분류가 있는데, 특정 문화에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25개 글로벌 정신질환 가운데 ‘한국의 화병’도 포함돼 있다.

최근 들어 ‘혐오’도 보편화되고 있다. 일부러 혐오의 대상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혐오를 ‘비뚤어진 공감’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혐오가 세대와 성별, 계층, 정치적 차이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화와 분노가 많은 상사들 가운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맞추라고 압박하는 유형이 있다. 다소 습관적인 이런 행위가 분노조절장애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천상천하 ‘알파독 넌센스’에 빠지는 상사들도 적지 않다. 좀처럼 자기 실수를 인정 않고 자기 결점은 숨기려만 한다. 그러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부하 직원을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 

분노1
(사진출처=게티이미지)

 

◇ 내가 상사라면 분노조절 이렇게

타인에게 화를 내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물리적 폭력 이상의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가 ‘적’이 아니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스스로 화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화난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잠시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목소리 톤을 의도적으로 낮추려 노력하는 것도 분노 표출을 억제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마지막 몰입>의 저자 짐 퀵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는 여기까지 밖에 안돼”하는 부정적인 생각, 자신의 조직관리 방법에 대한 ‘확신 부재’가 위험요인이라고 말한다. 이런 ‘제한적 신념’이 방치되어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정신적 건강 문제로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조언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보도 섀퍼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유형은 조금만 어려움이 생겨도 털썩 주저앉고 상처받고 더 좌절한다”면서 ‘스스로를 먼저 이끄는 리더’가 되라고 코치했다. ‘정말 강한 사람은 유연한 사람’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틀림을 받아들이는 리더를 직원들은 더 따른다.


◇ 리더라면 더더욱 이러지 말아야

조직의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지식의 저주(Course of knowledge)’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도 알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이 만든 고정관념이다.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는거야?”하는 식이다. ‘악질 상사 짓’이다.

<포브스>가 ‘대우받지 못하는 직장 상사 유형 6가지’를 제시한 적이 있다. 베일에 쌓인 상사, 자기중심적 상사, 평판이 나쁜 상사, 변덕이 심한 상사,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하는 상사, 포용력 없는 상사다. 이런 유형의 상사들이 대개 분노조절장애가 많고 화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다.

직장 상사는 부하 직원을 훈계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훈계를 할 때 적어도 그것을 듣는 대상이 그 훈계를 진짜 도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사라는 힘이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꾸지람을 달게 받을 ‘공감’이 있어야 한다. 훈계 할 때는 반드시 대안을 제시하고, 따끔한 훈계 후에는 반드시 따뜻한 포용력도 보여주는 한다. 꾸지람만 하는 훈계는 ‘꼰대 짓’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분노 2
(사진출처=게티이미지)

 

◇ 결국 해법은 깊은 공감과 소통

‘자기계발의 원조’ 데일 카네기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비결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것, 이것 뿐이다”라고 했다.

‘성공 습관’을 설파해 온 스티븐 코비는 ‘공감적 경청’을 첫 손으로 꼽으며, 이를 방해하는 4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먼저, 판단하며 듣는 습관이다. 듣자마자 “그건 아니지”라며 말을 자르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 되물음 습관이다. “그거 맞아?”라는 말을 달고 산다. 셋째, 충고형으로 “사회란 다 그런거야…” 식이다. 마지막은 “그러니 그 모양이지…” 하며 평가하며 듣는 습관이다.

요즘처럼 세대간 격차가 큰 시대에는 상사들부터 ‘어른답게 말하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말하기·글쓰기 전문가인 강원국 작가는 “어른답게 말하려면 오락가락 말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은 물론, 소통의 시작이 배려하는 마음임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상사라도 때로는 지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말한다.

대화법을 코칭하는 전문가들도 리더의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 대화법으로 공감과 소통을 꼽는다. 대화에 앞서 편안한 대화 환경부터 만들고 가능한 개인적인 대화로 몰고 가지 말고 사용하는 단어를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많은 말을 하기보다 많은 말을 듣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CEO가 아니라 CAQ”라고 공언한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CAQ는 최고질문답변책임자(Chief Answerer Questions)다. 직원이 궁금해 하는 것에 제대로 답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리더야 말로 진정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줄 리더다. 이제 ‘호통’과 ‘권위’만으로는 조직을 이끌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