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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잡아라]병원과 결탁하고 조직원 SNS 모집… 더 대범해진 보험사기

[보험사기 잡아라!] (1) 조직화·지능화

입력 2022-04-24 10:48 | 신문게재 2022-04-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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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편집자주]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무려 1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보험사기는 허위로 장기 입원을 하거나 사고 후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등의 단순·우발 사기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손보험금 과잉 청구를 위해 병원과 브로커 법인이 결탁하거나 SNS를 통해 보험 사기 조직원을 모집하는 형태로 사기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잡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낮은 처벌 수위와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형태로 보험사기가 발생하고 있는지, 이를 해결할 대안책은 없는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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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9434억원으로 전년대비 5.0% 증가했다. 사진은 보험사기를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해씨.(연합)

최근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씨가 경찰에 구속되면서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사기 전담팀 등을 통해 악성 보험사기 대처에 나섰지만 3년 연속 사기 적발금액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8986억원)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2020년에 발생한 사기 금액 규모는 각각 8809억원, 8986억원으로 매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기 적발 인원은 9만7629명으로 1.2% 줄었지만 2019년 대비로는 5.5% 늘었다.

사기 형태를 유형별로 보면 사고내용을 조작한 건이 60.6%(57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보험사기범들은 진단서를 위변조(19.5%)하거나 자동차 사고 내용을 조작(16.5%)하는 형태로 보험금을 허위 청구했다.

특히 20대의 보험사기 형태 대부분이 자동차 보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손해보험사의 사기 적발금액만 전체의 94.1%를 차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에도 사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건강보험공단·보험협회 등과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를 꾸려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의료기관 25 곳 중 14곳이 실손보험 사기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적발금액은 158억원으로 전체 적발 액수(233억원)의 63%를 차지했다.

보험사기는 외견상 보험사에만 직접적인 손해를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을 야기해 일반 보험가입자에도 피해를 입힌다.

실제로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의 공동연구 결과, 보험회사에 청구된 보험사기 금액은 연간 6조1512억원으로 지급보험금(143조원)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에 과다 청구되는 금액은 최대 1조2000억원으로, 한 해에 지급되는 요양급여(77조 9000억원) 액수의 1.5%에 달한다.

막대한 보험사기 적발 액수는 공영보험 재정 누수와 민영보험 손해율 증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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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지난해 말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로, 2018년 122.4%에 비해 11.6%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이 131%라는 것은 보험료 100원을 받은 후 보험금 131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해율이 급증하자 손해·생명보험협회는 실손보험료를 평균 14.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부터 4년간 실손보험 인상률 평균 13.4%보다 높은 수치다.

단순히 사기 적발 금액이 증가하는 것 외에도 살인 등 악질 범죄 형태의 보험사기 유형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극단적 선택과 자해 등을 포함하는 고의 사고 적발 건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사고 관련 보험사기는 2019년 12.5%, 2020년 15.4%에 이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 중 살인과 상해 관련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33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었다. 자기재산손괴와 방화 관련 보험사기 적발 액수는 2019년 88억원에서 110억원으로 늘었다. 보험금을 노린 사기 범행이 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치안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사기 적발 건수를 줄이려면 보험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혜원 보험연구권 연구위원은 “허위, 과다사고, 자동차보험 피해 과장 등의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이유는 보험사기가 다른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인상시켜 피해를 준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조직적인 보험사기의 경우 경찰청 내 전담 수사관을 두고 보험사기범 검거 결과, 사기 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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