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다'리뷰] 당신은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났어요, 다이애나 스펜서!

영화 '스펜서',우리가 몰랐던 다이애나 비의 이야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미친 연기력 담은 117분

입력 2022-03-05 13:22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스펜서
왕실의 격식보다 부모의 사랑을 물려주고 싶었던 다이애나의 진심이 영화 ‘스펜서’에 녹아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여자. 스무살에 만난 남자를 완벽하다 믿었지만 곧 ‘세 사람’이 공존하는 결혼생활을 폭로했단 이유로 왕실의 버림을 받았던 만인의 여인. 감히 여왕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대의 아이콘. 왕세자비라는 자리를 버리고 나왔지만 행복의 찰나를 누리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음에 이른 다이애나의 인생이 영화로 완성됐다.

영화 ‘스펜서’는 속 다이애나는 이미 수많은 여배우들이 소화했던 비극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화려했지만 누구보다 불행했던 왕세자비의 삶이 기본 골조지만 ‘그 너머의 뭔가’가 담겨있다. 그것은 한 여성이 겪었던 고통을 마주했다는 데 있다. 제목이 ‘스펜서’인 걸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현재 영국의 왕실인 윈저가의 며느리가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스펜서1
완벽히 새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완벽히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미학적으로나 의미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수줍었지만 행복했던 유년시절, 찬란했던 신혼생활을 거쳐 쇼윈도 부부로 사는 현재 그리고 누구보다 평범하고 강인한 엄마여야 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보다 ‘다이애나 스펜서’로서의 모습이 화면에 가득차 있다.

 

같은 여성이지만 평생 대립했던 여왕, 아내에게 왕비로서의 모습을 강요했던 남편과 만나는 장면은 한두 장면에 그친다. 

 

대신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섬기고, 모시고, 기꺼이 감시했던 주변인들의 시선이 영화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불행한 부모를 둔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담겨 있다.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은 엄마의 평생 원수였던 여자를 계모로 모시고 영국 왕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남과 이혼녀이자 흑인 혼혈인 할리우드 출신의 아내를 따라 왕실을 등진 차남의 현재가 교차되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왕실에 대한 사람들의 충성심과 별개로 그들이 가졌던 역사적 음탕함을 간과하지 않는다. 한때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나 간통으로 몰려 목이 잘린 앤 블린을 등장시켜 왕실의 여자가 겪는 불행을 복기시킨다. 실제로 다이애나 스펜서는 그의 먼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생전 다이애나의 모습을 완벽히 재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시선을 반쯤 내리 깔고 수줍은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었던 고인의 리즈시절을 ‘스펜서’에 부활시켰다. 동시에 거식증과 폭식증에 동시에 시달려야 했고 고통과 비밀이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여자의 불행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게다가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등 연기파 배우들의 무게감은 ‘스펜서’를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들이 왕세자비를 대하는 극과 극의 감정에는 분명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인의 사랑보다 촌스럽지만 평범한 삶을 갈구했던 ‘스펜서’의 진심을 보노라면 왕실이 얼마나 스펜서에게 가혹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올해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은 그 어느때 보다 치열하지만 이 영화는 그 트로피를 가질 자격이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