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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애플은 박찬욱 감독에게 '절'해야 한다… 단편 '일장춘몽'

지난 18일 유튜브와 애플TV에서 공개
한국의 미와 마당극의 향연 아이폰으로 담아내
뛰는 감독 위에 나는 배우들 '보는 재미'

입력 2022-02-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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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일장춘몽
아이폰13으로 촬영중인 영화 현장. 박 감독은 이미 2011년에 아이폰4로 ‘파란만장’이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다.(사진제공=애플)

 

지나치게 어두운 영화의 오프닝. 부엉이 소리와 함께 해골이 달빛에 빛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적인 색채가 화면에 가득한다. 박찬욱 감독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pro로 촬영한 ‘일장춘몽‘은 20분의 짧은 단편영화다. 

 

안타깝게 죽은 여협 흰담비(김옥빈)를 묻어줄 관을 만들기 위해 장의사(유해진)가 버려진 무덤을 파헤치다 원래 주인인 검객(박정민)의 혼백이 깨어나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생전 여러 도둑을 잡아봤지만 관을 훔치는 도둑은 처음이라는 검객은 장의사를 응징하기 전 사연을 들어보기로 한다.

어느 시대나 탐관오리는 있는 법. 흉년을 핑계로 땅을 빼앗고 괴롭히는 존재들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을 찾은 여협은 삼일 밤낮의 결투 끝에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마을을 지켜준 고마운 마음에 장례라도 잘 치뤄 주고자 했지만 오랜 기근과 흉년으로 나무를 구할 수 없었다는 장의사의 말에 검객은 “원래 자신의 관이었으 도로 가져가는 조건으로 목숨만은 살려주겠노라”며 관용을 베푼다. 

 

일장춘몽
박찬욱 감독의 첫 무협영화인 영화 ‘일장춘몽’.(사진제공=애플)

문제는 이미 영혼이 된 흰담비가 그 관을 자신의 관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관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은 생전에 ‘한 내공’을 쌓았던만큼 달빛에 피튀기는 몸싸움에 나선다. 한평생 무림고수로 살았으나 인연을 만나 가정을 이루지 못했던 젊은 남녀는 결국 싸우다 정이 든다. 

 

이에 장의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렇게 된 김에 영혼결혼식을 올려 관을 합치자”는 제안을 한다. 인간과 영혼이 벌이는 밀당도 흥미롭지만 죽음을 소재로 이토록 유쾌한 ‘한 판’을 벌이는 배우들과 감독의 협업은 눈호강이 따로없다.


‘일장춘몽’이란 제목에 대해 박감독은 “제목을 사자성어에서 따왔는데, 제목과 작품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인생이 그저 한바탕 덧없는 꿈이라는 소리인데, 그냥 몽이 아니라 춘몽이라고 한 것은, 덧없는데 아름다운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름다우나 덧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작은 전화기로 찍는다고 할 때 먼저 자유롭다는 것이 떠올랐다. 하나의 장르 영화가 아니고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이미지에 맞게 스토리를 풀었다. 그러다 보니 마당극 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은 영화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핸드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결과물이라고 하기에 ‘일장춘몽’이 가진 미학적인 수준을 놀라올 정도다. 영화에는 실내 공간뿐 아니라 바다와 벌판 등 드넓은 공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겨있는데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고 싶을 정도다. 후반부의 영혼 결혼식 장면이 특히 압권인데 보통의 영화처럼 CG로 합성 하는것이 아닌 LED 화면에 배경 영상을 틀어넣고 바로 찍어 ‘핸드폰 촬영’이 가진 기동성을 살렸다는 후문이다.

사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13 프로를 출시할 때부터 카메라 성능을 강조해왔다. 역대 아이폰에서 가장 큰 1.9㎛의 센서를 탑재, 모든 카메라에는 야간 촬영모드가 지원됐고, 시네마틱 모드로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애플이 수년 전부터 유명 감독들과 협업하며 아이폰이 프로급 영화 촬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는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미셀 공드리, 데이미언 셔젤.지아장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화면은 작지만 ‘믿고보는 배우진’들의 연기도 ‘일장춘몽’을 보는 재미다. ‘박쥐’에 출연했던 김옥빈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유해진과 박정민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유난히 빛난다. 사극 수염을 기른 박정민을 보는 새로움과 흡사 그 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같은 유해진 사이에서 김옥빈이 뿜어내는 능청스러움은 기대 이상이다. 기승전 박찬욱 감독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지만 그가 가진 ‘배우를 보는 눈’은 흡사 아이폰의 카메라 기능처럼 예리하고 아름답다. ‘일장춘몽’은 지난 18일 유튜브와 애플TV를 통해 공개됐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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