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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뮤지컬 ‘더데빌’ X화이트·블랙 박민성, 장지후의 “결국 희망, 손내밀어줄 누군가가 분명 있을 거예요”

[Pair Play 인터뷰]

입력 2022-01-17 19:00 | 신문게재 2022-01-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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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 장지후 박민성2
뮤지컬 ‘더데빌’ X블랙 역의 장지후(왼쪽)와 X화이트 박민성(사진=이철준 기자)

 

“결국 ‘더데빌’에서는 X화이트가 X블랙을 이기고 존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빛을 향해 다가가죠. 그 결말처럼 우리 인생의 끝도 결국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가족이든 친구든 형제·자매든 반려동물이든 X화이트는 내가 믿는 누군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하며 지켜보고 손을 내밀어주는 존재죠. 그런 사람이 분명 있을 거예요. 악한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요.”

뮤지컬 ‘더데빌’(2월 27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X화이트로 분하고 있는 박민성은 극의 메시지를 “결국 해피엔딩”이라고 표현했다. X블랙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장지후도 선악, 빛과 어둠을 오가는 극이 결국 빛을 향해 나아가는 선택을 하는 데 대해 “결국 희망”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더데빌 장지후
뮤지컬 ‘더데빌’ X블랙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어둠 속에서 플래시를 켜면 어둠은 흩어지잖아요. 반면 어둠이 빛 속에 끼어 들어도 빛은 흐트러지지 않아요. 어쩔 수 없는 건가…생각이 깊어졌죠. 그래서 ‘X’라는 넘버를 부르면서 빛을 만지는 동선을 저는 안해요. 어둠이 빛을 흩어지게 한다는 데서 영감을 받아 피하려고 애쓰죠.”

뮤지컬 ‘더데빌’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를 1987년 뉴욕증권시장의 블랙먼데이로 배경을 바꿔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그런 시대의 주식 브로커로 절망에 빠진 존 파우스트(배나라·이석준·이승헌,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가 지켜내려는 그레첸(김수연·여은·이지연)을 두고 X화이트(고훈정·박민성·백형훈·조환지)와 X블랙(김찬호·박규원·장지후)이 벌이는 내기를 통해 선과 악, 빛과 그림자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4년 이지나 작·연출, Woody Pak·이지혜 작곡, 마이클리·한지상·박영수·이충주·윤형렬, 송용진·윤형렬·김재범, 차지연·장은아 출연으로 초연된 작품으로 2017년, 2018년에 이어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초연부터 존 파우스트로 분했던 배우 송용진이 네 번째 시즌의 연출로 참여해 변화를 맞았다. 배우에서 연출로 극을 이끄는 송용진에 대해 박민성과 장지후는 “(송용진) 연출님의 열정이 많이 가미됐다”며 “매순간 인간이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민성 X화이트의 ‘긍휼하게’, 깊어진 고민 안은 장지후의 X블랙
 

더데빌 박민성2
뮤지컬 ‘더데빌’ X화이트 역의 박민성(사진=이철준 기자)

“칠흑같은 어둠 속 한줄기 빛, 화이트는 그런 존재죠. 빛 속에 어둠 혹은 그늘은 있으면 좋지만 어둠 속 한줄기 빛처럼 느껴지진 않잖아요. (송)용진이 형이 저에게 얘기하신 건 딱 한 가지 ‘긍휼하게’였어요.”


자신이 연기하는 X화이트의 특징을 ‘긍휼하게’로 짚은 박민성은 “제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X블랙, 존과 그레첸 그리고 가디언들을 바라본다”고 털어놓았다.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공기처럼 어디나 존재하는 그런 캐릭터로 접근했어요. 인간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구원해주고 싶고 손을 뻗어 잡아주고 싶지만 그들의 선택과 판단에 맡기기로 약속했으니 그러지 못하는 그런 존재요. 굳이 종교가 아니라도 우리는 기도하잖아요. 친구든 미신이든 물건이든 신이든 내 마음 속 믿고 의지하는 존재에게. ‘그 이름’이라는 넘버 중 ‘보일 듯 말 듯 우리 곁을 떠도는 존재’처럼 항상 옆에 있어주고 싶어하는 인간적인 X화이트죠.”

지극히 인간적인 X화이트에 대해 박민성은 “새로움 혹은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느껴지진 않으실까 걱정이긴 하지만 새로 합류한 저만의 X화이트”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곤 장지후의 X블랙에 대해서는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중 제우스에 반항하는 록스타처럼 표현된 하데스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장지후는 “어떤 작품이든 제 안에서 재료를 찾는 편”이라며 “연극 ‘환상동화’의 전쟁광대나 ‘렌트’의 로저도 그랬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주저하게 되는 저의 내면과 로저가 맞닿아 있었고 고집스럽고 앞뒤 안가리고 떼쓰는 부분은 전쟁광대를 닮았다”고 털어놓았다.

“X블랙도 마찬가지였어요. 제 안의 악한 부분을 찾기 시작하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이건 과연 악인가…생각이 너무 깊어졌죠. 그 깊어진 상태로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하나 X화이트·블랙 그리고 존과 그레첸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_X-BLACK 장지후_제공 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 공연장면(사진제공=알앤디웍스)

 

“저는 태초에 선과 악은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더데빌’이라는 작품 안에서 X화이트가 바라보는 X블랙 역시 제가 안고 가야할 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X블랙이 힘이 세지면 제가 약해져요.” 


X블랙과의 관계에 대한 박민성의 설명에 장지후는 “X블랙에게는 다 궤변”이라며 “X블랙으로서는 ‘빛이 있어 어둠이 있다’는 기본 전제 자체가 어이없다. 빛과 어둠은 닭이 먼저냐 달걀의 먼저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더데빌 장지후3
뮤지컬 ‘더데빌’ X블랙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극 중 ‘기억하십니까? 나는 태초에 당신의 빛을 탄생시킨 암흑이라는 것을’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내(X블랙)가 암흑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네(X화이트)가 빛으로 나온 거니 자꾸 주인인 것 마냥 위에서 오만하게 행동하지 말라는 거죠. 하지만 저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부정하면서도 ‘난 저분의 파생이었어’를 알아서 더 반항하고 거부하는 X블랙이죠.”


그리곤 존, 그레첸과의 관계에 대해선 “존은 타락시켜야하는 대상이고 그레첸은 존을 타락시킬 방법”이라며 “두 번째 넘버 ‘블랙먼데이’ 뒤에 나오는 ‘Sanctus Domini Hominum salute’에서 존과 그레첸이 한번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때 그레첸이 존을 위해 기도하는 걸 보며는 저(X블랙)는 알아요. 존이 아닌 그레첸을 공략해야한다는 걸. 사람의 선한 마음은 강하지 않아요. 쉽게 흔들리고 변질되죠. 그 속성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그레첸인데 너무 선하고 순수하지만 또 너무 약한 존재죠. 존이 뿌리치면 뿌리쳐지고 X화이트가 손을 내밀어도 몇 걸음을 걷지 못해 잡지 못할 정도니까요.”

박민성은 “존도, 그레첸도, X블랙도 저에겐 똑같다. 다만 X블랙과는 소통을 하고 있지만 존과 그레첸은 저(X화이트)를 못보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라며 “X화이트는 그들이 바라보는 곳 혹은 그들의 마음속에 늘 존재하지만 보지 못하는 존재”라고 부연했다.

“존이 1막의 ‘포제션’(Possession)에서, 2막의 ‘디나이’(Deny) 때 흑화된 그레첸이 딱 한번 저를 바라봐요. 하지만 그건 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빛과 정의’에 대해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손 내밀어주지 않는 X화이트를 향한 원망이나 조소는 그들의 속마음일 뿐이고 저는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에 서 있지만 현신이 아니다”라며 “반면 X블랙은 현신으로 존, 그레첸과 소통하며 에덴동산의 뱀처럼 그들을 어둠으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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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 X화이트 역의 박민성(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저를 보지 못하고 어둠으로 이끌리는 존과 그레첸을 그냥 두면 가디언처럼 될 게 뻔하니 X화이트의 뜻과 빛이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써요. 가디언들도 못구했는데 존도 구원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안타까움이 묻어있죠.”

그렇게 한 인간의 내면일지도 모를 존과 그레첸, X화이트와 블랙에 대해 박민성은 “네 캐릭터 뿐 아니라 더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인간의 내면”이라며 “내가 가보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길들”이라고 밝혔다. 장지후 역시 “네 캐릭터가 한 사람이라면 우리 같을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우리 안에 다 있잖아요. 겉으로 보이는 틀은 존이고 구슬은 그레첸이고 왼쪽과 오른 쪽에 X블랙과 화이트가 있죠. 어딘가로 치우치면 구슬은 흐르는 거고…되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언제나 그 균형을 잘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죠.”


더데빌 장지후2
뮤지컬 ‘더데빌’ X블랙 역의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아주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희망

 

“코로나19로 자고 일어나면 매일이 문닫는 가게가 있고 극단적 선택 소식이 들리는 시간을 2년을 보냈어요. 배우들도 그렇죠. 무대들이 사라지면서 대리운전이나 배달 등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본인이 하던 것이 있는데 다른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들이 안타깝고 저 역시 언젠가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들죠.”


박민성의 토로처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이들을 절망에 빠뜨렸고 대면을 전제로 하는 무대배우들도 생존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해야하는 상황들이 빈번해졌다.

“이미 연습을 끝낸 작품이 엎어지고 공연 중 중단되고…2020년만해도 ‘영웅본색’ ‘아랑가’ ‘명성황후’ ‘블랙메리포핀스’ 네 개 작품이 그렇게 되면서 저 역시 힘들었어요. 차로 공연을 하러 가는 길에 콜을 받아서 배달을 한번 해볼까 그런 생각까지 했을 정도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진짜 그 직전까지 갔었어요.”

박민성의 말에 장지후 역시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많이 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렸던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아들 박이든과 함께 부른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속에서’ 준비 기간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너의 꿈속에서’는 박민성이 2018년 세 번째 시즌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로 교수형 직전 부른 넘버로 그의 아들 박이든은 현재 공연 중인 네 번째 시즌에서 어린 빅터로 출연 중이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사진_X-WHITE 박민성_제공 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 공연장면(사진제공=알앤디웍스)

 

“앙리가 (빅터를 대신해 죄를 고한 후) 교수형 직전 앙리가 부르는 노래로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죽는대도 괜찮아 행복해. 내가 믿던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속에 살 수 있다면 나…(중략)…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난 너의 꿈에 살고 싶어’라고 해요. ‘절대 삶을 포기 하지 않겠다’죠.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그 가사가 지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어 “이든이에게 그 가사를 설명하면서 ‘아빠가 지금 ’더데빌‘이라는 작품에서 연기하는 X화이트처럼 사람들이 악마한테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고 노래하는 거야’라고 얘기해줬다”고 덧붙였다.

 

더데빌 박민성
뮤지컬 ‘더데빌’ X화이트 역의 박민성(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노래해주면 그 자체로도 관객들에겐 힘이 될 거라고요.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오는 제 자신을 보면서 느끼거든요. 누구에게나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하지만 너무 멀리 보기 보다는 지금 나로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올거거든요. 분명히.”

박민성의 말에 장지후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상황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힘이 없잖아요. 아이가 100원, 200원 저금통에 넣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미약할 순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간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우리가 지금 하는 작은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고 우리가 계속 꿈꾼다면 언젠간 더 나은 세상, 우리가 꿈꿨던 세상이 올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한번쯤, 너무 깊지 않게 즐겁고 유쾌하게 해봤으면 하는 고민은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일까’예요. 저도 하고 있는데 꽤 재밌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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