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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이건희컬렉션 #아트테크 #MZ세대 #NFT…코로나 습격에도 미술시장 빅뱅

[2021 연말결산][미술]

입력 2021-12-31 18:00 | 신문게재 2021-12-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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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쇼크로 시작해 (김)건희 쇼크로 마무리됐다.”

마냥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2021년 미술계에 대한 한 미술 전문가의 한줄 평이다. 그 평처럼 감정가 2~3조원, 시가 10조여원에 달하는 유래 없는 대규모 기증으로 미술계는 물론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일명 ‘이건희컬렉션’이 연일 이슈몰이 중이며 2021년 끝자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의 배우자이자 마크 로스코 등의 대규모 전시 주최사인 코바나컨텐츠 김건희 대표의 학위·경력 위조 등 의혹이 장식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복병을 만났음에도 미술시장은 유래 없는 호황을 맞았다.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아트부산 등 국내 각종 페어가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MZ세대 신규진입, NFT, 분산투자 등으로 ‘아트테크’ 열풍이 거세게 일었다.


◇코로나 쇼크에도 미술시장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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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12월 경매 장면(사진=연합/케이옥션 제공)

 

여행길은 막혔고 ‘주린이’(주식 어린이) 개미들이 몰려드는 증권가도, 요동치는 정책으로 부동산도 불안하기만 하다. 그간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가상화폐 시장 역시 내리막길로만 치닫고 있다. 이에 젊은 세대들이 선택한 투자처가 미술품이다.

침체 일로를 걷던 미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야 말로 ‘기사회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액은 35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의 1138억원은 물론 연간 최대 낙찰액인 2018년의 2000억원도 웃도는 수치다.

11월까지 국내 주요 경매기업 10개사에서 진행한 238회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 중 최고가는 이우환의 ‘1-Ⅶ-71 #207’(1971)으로 40억원(서울옥션)에 이른다. 작가별 낙찰총액 1위 역시 이우환으로 362억원이다. 호박 화가로 알려진 구사마 야요이(334억원), 국내 최고 경매가 보유작가인 김환기(208억원)가 뒤를 이었으며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물방울 화가’ 김창열은 가장 많은 낙찰 작품수(384점)를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창열의 작품은 호황을 이룬 아트부산 등 각종 페어에서도 눈에 띄게 많이 출품되기도 했다.  

 

아트부산
제10회 아트부산은 프리뷰부터 많은 인파로 붐볐다(사진=허미선 기자)

 

코로나19로 온라인 개최되거나 중단됐던 각종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도 오프라인으로 미술애호가들을 만났다. 아트부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화랑미술제, 대구아트페어 등도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0회 아트부산은 평소 미술애호가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RM, 한류스타 이민호,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 배우 이동휘·하희라·이요원, 안소희, 임슬옹, 마크 테토 등 유명인들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아트부산의 누적방문객은 8만명, 매출 350억원을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키아프 역시 매출 650억원, 방문객 8만8000명으로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건희 회장
삼성 故이건희 회장(사진제공=삼성전자)

◇‘이건희 컬렉션’이 일으킨 파장

4월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예술품 중 2만3000여점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 이중섭 미술관, 강원도 박수근 미술관 등에 나뉘어 기증되면서 미술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감정가 2~3조원, 시가 10조여원에 달하는 유래 없는 대규모 기증이다.

이 중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한국 고고·미술사를 아우르는 2만 16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유명 서양화가와 한국 근현대 작가의 1488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유래 없는 대규모 기증은 가칭 ‘이건희미술관’ 건립, 그 후보지로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최종결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논의 사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12조원을 훌쩍 넘기는 상속세 물납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서울 중심·지역 소외 심화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졌다. 더불어 그간 지적돼 온 국공립박물관·미술관의 부실한 소장품 및 소장품 구입 예산(국립현대미술관 48억원, 국립중앙박물관 39억7000만원) 문제 해결, 민간 영역 기부 및 기증 활성화 정책 수립, 이를 위한 세제혜택 등 논의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여파로 11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 허용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아트테크 #MZ세대 #NFT #조각투자

'NFT 부산 2021'에 전시된 NFT 예술작품
지난 11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셔 열린 ‘NFT 부산 2021’에 전시된 NFT 예술작품(연합)

 

‘아트테크’에 열광하는 20~40대 젊은 층의 유입으로 미술시장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이들에 대해 갤러리 관계자들은 “온라인 뷰잉을 통한 꼼꼼한 분석, 투자할 만한 작가와 시장 트렌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등을 통해 주체적으로 투자한다”며 “아트어드바이저의 추천에 의한 ‘묻지마’ 투자나 재벌가·정치계 등의 로비 혹은 자금세탁 수단으로 전락했던 2000년대 후반의 활황과는 그 결이 분명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하고 예술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유입에 앤디워홀, 뱅크시 등 힙한 작가들의 전시, 스트리트 아트 및 그래피티, 어반아트 등을 선보이는 페어가 각광받는 등 예술 엄숙주의 탈피 움직임이 가속화되기도 했다.  

 

뱅크시 러브랫
12월 10일 아트테크 플래포 ‘테사’에서 조각투자 공모 1분만에 완판된 뱅크시의 ‘러브 랫’(사진제공=테사)
기존의 경매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민팅, 최근 주목받고 있는 조각투자 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품 투자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NFT다. 매년 미술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해 발표하는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는 1위로 NFT 발행표준안인 ‘ERC-721’을 꼽았다.

목돈이 아닌 여럿이 한 작품을 소유하는 조각투자, 분할소유 또한 열풍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이 스마트폰 원스톱 클릭으로 간편하게 소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명 작가 작품을 잠시나마 혹은 작게나마 소유한다는 만족감, 안정적인 수익 등이 장점이다.

더불어 블록체인, 디파이 등 기술까지 뒷받침되면서 미술품은 물론 음악콘텐츠, 명품, 운동화, 건물까지 조각투자 열풍은 확대일로다.

앤디 워홀부터 뱅크시, 마르크 샤갈, 조지 콘도 등의 작품에 조각투자할 수 있는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에 따르면 현재 앱 기준 회원 수는 4만 4000명으로 지난해 4월 런칭 후 32배가량 증가했다. 1인당 투자금액도 지난해 8만5000원에서 65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테사 함건 팀장에 따르면 “초기에는 2030이 주를 이루며 소액 투자가 이뤄졌으나 올초부터 수천만원대의 투자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0일 오픈한 뱅크시의 ‘Love Rat’은 1분만에 매진되는 등 조각투자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방식 유입으로 성장통

이건용작가
이건용 작가(연합)

새로운 방식이 유입되면서 ‘성장통’도 시작됐다. 베일에 쌓인 유명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이 4억원 규모의 NFT 사기사건에 휘말렸는가 하면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에 대해 “내 전시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건용 작가가 자신의 기존 작품을 NFT로 변환해 선보인다고 발표한 미술투자서비스기업 피카프로젝트에 “작가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피카프로젝트는 이건용 작가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항변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이중섭·김환기·박수근 등의 NFT 작품 경매를 예고했던 워너비인터내셔널도 “허락한 적 없다”는 저작권자의 항의와 진품 논란으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소유권 분할 혹은 조각투자 역시 그 대상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수수료 등 열악한 수익구조, 약관의 불공정성, 과대평가된 수익률, 금융업체와 유사한 사업형태로 금융당국 및 세무관청 등의 정책에 따른 불안 등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국립현대미술관 법률자문이며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등 문화체육관광부 미술 연구용역/법률자문, 한국콘텐츠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케이옥션 감사 등을 지낸 이재경 변호사·건대교수는 “조각투자에 대한 사법기관이나 금융당국의 법적,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관련 플랫폼 사업자 및 투자자들의 혼선을 빚고 있다” 우려하며 “특히 현재 계류 중인 뮤직카우에 대한 금감원 처리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파악해 당국이 금융법상 여러 가지 제한 조치를 적용해 강력하게 규율한다면 각 사업자의 경영은 상당히 위축되면서 향후 사업방향 및 소비자들의 투자심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다수 투자 피해를 관리할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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