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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생2막은 '함께 잘사는 사회 만들기'에 쓰기로 했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두두협동조합 이귀보 이사장

입력 2020-05-25 07:30 | 신문게재 2020-05-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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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우리는 이따금 ‘경제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코로나19로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소득 양극화의 상처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협동조합은 시장경제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이 조직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협동으로 영위해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쟁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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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보 두두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 구성원에게 사회적 가치의 개념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귀보 두두협동조합 이사장은 젊은 시절 프로그래머로 잠깐 일하다 전업주부를 거쳐 시민단체,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거주 중인 은평구에서 지역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현재 이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두두협동조합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두리번거리면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 신문사에서 유럽의 협동조합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내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협동조합이 운동에만 집중하는 줄 알았는데 경제생활을 하더라고요. 협동조합 집단이 지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이끌어가는 곳도 있죠. 아무리 학자들이 이론을 내놔도 자본주의의 양극화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잖아요. 같이 편하게 잘 살면 좋겠는데 상식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게 안타까워요. 그래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는 50대에 접어들면 사회생활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때 ‘40대 은퇴’라는 이야기도 나오던 때라 50세를 넘어서도 일을 하면 폐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 은퇴한 사람들은 보통 전원생활이나 귀촌, 귀농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100세 시대 얘기가 들려오고 7080세대도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귀보 이사장은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50+ 인생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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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보 두두협동조합 이사장은 구성원 모두가 경제적으로 행복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꾸준히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친구들과 만나면 자녀들의 근황을 묻는 것 외에는 할 얘기가 없었어요. 현실적인 문제를 겪고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2017년 인생학교 1학기에 등록했어요.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러다 과정 중반으로 오니 수강생들과 힘을 모아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시하라고 하더라고요.”


이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제출했다. 은퇴 후에는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든 만큼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줘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취미나 독서 등 문화생활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을 갖고 오는 학생이 없을 것이라고 이 이사장은 생각했지만, 이는 지금의 두두협동조합이 첫발을 내디디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6개월에 걸쳐 책 3권(협동조합, 참 좋다·로버트 오언·비즈니스 모델로 본 영국 사회적 기업)을 읽은 뒤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토론을 펼쳤어요. 다음으로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묻고 현장을 방문해 직접 체험하는 활동을 지속했죠. 그렇게 1년이 지났는데 모임을 계속할지 새로운 시도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끝장토론을 했고 2018년 12월 7명의 멤버들과 협동조합을 구성하게 됐죠.”

두두협동조합은 특정 제품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조합원이 연구를 희망하는 분야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배움 △여가 △경제 △생활 △주거 △건강 △어울림 등 여섯 가지를 ‘50+ 플랫폼 사업’으로 선정해 조합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작년에는 조합이 입주해 있는 50플러스 중부캠퍼스 공유사무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50+ 당사자가 묻고 제안하는 코워킹 공간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코워킹 공간이 비어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수시로 취합해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죠. 연구 결과는 이미 공개돼 있는 상태고, 조만간 재단 내부에 공유돼 현장에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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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협동조합 관계자가 SK그룹사 사회 공헌 담당자들과 함께한 사회적 기업 탐방에서 ‘새활용 플라자’를 소개하고 있다.(두두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두두협동조합이 주력으로 추진했던 사회적 가치 실천 현장 탐방 사업은 SK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과의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두두는 SK그룹사 소속 사회 공헌 담당자 15명을 서울 장한평 소재 ‘새활용 플라자’에 초대했다. 새활용은 재활용과 다른 개념으로 폐기물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작년 하반기에 SK C&C와 3개월에 걸쳐 8차례 정도 탐방을 했어요. 서울 혁신파크 내 사회적 기업을 주로 제안했죠. 그곳에는 사회 혁신 활동을 하는 300곳에 달하는 기업이 입주해 있어 보고 싶은 주제별로 묶을 수 있어요.”

두두의 올해 첫 사업은 독산4동 재활용 정거장 탐방이다. 문 앞이 아니라 마을 주요 지점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수거 일정에 맞춰 재활용 자원을 모으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정겨운 골목길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공동체의 힘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편하게 같이 놀면서 함께 행복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나이 들어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기술로 생산도 하면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두두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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