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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여성용 사각팬티' 되겠어?… 편견 벗고 편안함 입었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임하경·이영숙 톤포투 공동대표

입력 2020-05-11 07:30 | 신문게재 2020-05-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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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경·이영숙 톤포투 공동대표
임하경(왼쪽)·이영숙 톤포투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한 뒤 여성용 트렁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여성 속옷 중 브래지어는 와이어나 캡을 없앤 노와이어나 브라렛으로 그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팬티는 여전히 삼각팬티가 대부분이다. 삼각팬티는 Y존과 복부를 압박해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편한데 선택지가 없네. 그럼 우리가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여성용 사각팬티를 판매하는 톤포투의 공동대표 임하경, 이영숙 대표다. 

  

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사람은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 2017년 가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티셔츠를 팔고 번 돈 500만원을 들고 여성용 사각팬티 사업을 시작했다. 


두 대표 모두 의류관련 전공자가 아님에도 속옷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여성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 투합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톤포투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숙 대표는 “보기에 예쁘도록 체형을 보정하는 심미적인 기능성을 가진 속옷이 아닌 땀 흡수나 통풍 등 생활 속에서 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속옷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드로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출시된 여성용 드로즈를 언뜻 보면 이전부터 시장에 있던 여성용 속바지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봉제선을 박는 방식에서부터 겉옷과 속옷은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그는 “제품을 가로지르는 식의 속바지 봉제선은 바지에만 사용되는 것이고, 속옷에는 사용이 되지 않는다”며 “속옷은 밑을 받쳐줘야 해서 조각이 많고 입체적인 패턴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하경 톤포투 공동대표
임하경 톤포투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PD)

그동안 없던 제품을 만들다 보니 처음으로 시도하는 부분도 많았다. 임 대표는 “기존 여성용 드로즈에는 생리대를 부착하는 부분이 없어 이 부분을 추가했고, 허벅지에서 말려 올라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밴드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두가지 기능은 모두 톤포투에서 처음으로 고안해 낸 방법으로 특허등록까지 했다. 


지금은 속옷 전문가가 다 됐지만 처음 드로즈를 만들 때에는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창업 초기 자본금도 적었기 때문에 임 대표 혼자 속옷 만들기 수업을 듣고, 수업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이 대표를 만나 배운 걸 알려주는 식으로 알음알음 속옷에 대해 배워나갔다.

임 대표는 속옷 만들기 수업을 들으러 처음 갔던 날 선생님에게 ‘여성용 속옷은 점점 면적이 작아지는 추세인데 그런 드로즈를 누가 입겠냐’는 기운 빠지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수업과정도 기존에 나와있는 여성 속옷 위주로 진행되서 수업이 끝난 뒤 매번 선생님을 따로 찾아가 물어보기 일쑤였다.

임 대표는 “희망이 없는 품목이라고 생각했는지 여성용 드로즈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 동안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며 “드로즈 섹션이 수업용 책에 있었지만 ‘이렇게 생긴 게 드로즈’라며 넘어가는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개월의 수업 끝에 텀블벅 펀딩을 위한 샘플 제작을 위해 찾아간 봉제공장에서도 이들은 ‘여성용 속옷은 삼각팬티’라는 고정관념과 마주해야 했다. 여성용 드로즈를 제작한다고 수차례 말했음에도 ‘이게 여자용이냐’, ‘속바지 만드는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제작을 맡긴 수량도 적었고, 특허를 낸 허벅지 부분에 들어간 밴드 부분은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주문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제품을 사서 팔고 싶다던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팔아 특허권 분쟁을 겪는 일도 있었다.

이영숙 톤포투 공동대표
이영숙 톤포투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PD)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만든 첫 제품이 나온 날을 임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여건상 사이즈를 2개 밖에 만들지 못 했고, 색상도 검은색과 남색뿐이었지만 991명의 후원으로 목표했던 금액보다 1896%나 초과한 3793만원이 모였다.

이 대표는 “당시 후원 금액이 무섭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홈페이지에 오류가 난 줄 알았다”며 “펀딩 시작 이튿날 2000만원이 넘어가고 나니 어안이 벙벙하고 무섭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으로 직접 만든 제품이 손을 떠나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단점이 나오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제품을 판매한 사람도 예상하지 못 했을 정도로 수많은 여성들이 편안한 속옷이 나오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 반응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진짜 이런 게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현재 톤포투는 자체 온라인몰도 열고, 처음 냈던 오리지널 라인에 더해 여름용 소재를 사용한 에어 라이트, 운동할 때 입기 좋은 그랑프리 라인 등을 추가하며 총 5가지의 라인을 갖췄다.

여전히 회사의 구성원은 공동 대표 둘뿐이라 마케팅부터 모델 섭외, 촬영, 편집까지 일당백 역할을 해내야 하지만 편안한 속옷이 여성들의 일상을 바꿔나가길 꿈꾸면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이들로 인해 변화되는 사회적 모습도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문의를 해오는 남성 고객들을 마주할 때면 남성들도 자신의 연인이 몸매만 강조한 란제리가 아닌 편안한 속옷을 입길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두 대표의 다음 목표는 브래지어 제품 출시와 해외 진출이다. 신제품 브래지어에 대해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공들이고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태국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와 이 대표는 자신들의 최종 목표에 대해 “와이어 브라가 대부분이던 시절, 속옷 착용으로 소화도 안되고 갑갑해서 오랜 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았다”며 “그동안 선택권이 없어서 당연하게 여기던 여성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고, 그로 인해 여성들이 자기 일에 더 집중하고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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