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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1살. 노마 바우어슈미트입니다. 저는 암환자입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요. 병원을 찾았다 자궁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왜 하필 나에게….’하는 비관적인 생각에 휩싸였어요. 시련은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암 선고를 받고 2주 뒤 67년을 함께 산 사랑하는 남편 레오 바우어슈미트가 세상을 떠났죠.
죽고 싶었다가도 다시 살고 싶어졌어요.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전 떠나기로 했어요. 여행을요.
작년 8월 말쯤이었을 거예요. 제가 처음 여행을 시작한 것이. 자궁암 선고를 받은 지 5주 만에 내린 결정이었지요. 고맙게도 저의 아들 팀 바우어슈미트와 며느리 래미 리들이 곁을 지켜주었어요. 아. 물론 사랑스런 강아지 링고도 함께했죠.
아들이 모는 자동차를 타고 미국여행을 시작했어요. 음.. 지금까지 총 미국 32개주, 75개 도시를 가봤네요. 아들이 그러는데, 벌써 2만1000km를 운전했대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절 알아보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들이 페이스북에 제 여행기를 올렸더군요. ‘Driving Miss Norma’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제 팬만 42만명이나 된다네요. 감사하게도 절 초대하고 싶다는 단체도 아주 많대요. 미국 해군부대에서도, 프로농구 NBA에서도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엄청난 일입니다.
“지금까지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제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제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바로 여기”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이요?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다는 점이예요. 모든 곳이 다 좋았어요. 그 중 최고는 단연 ‘지금, 바로 여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을 꼽자면 ‘대화’예요. 저도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도 저를 사랑했죠. 하지만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더군요. 여행을 하며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지금은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대한 대화 중 입니다.
며느리가 그럽니다. 힘들고 어려운 대화라고요.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기쁠 리 없겠지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들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갈 것인지. 그리고 남은 너희들이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추억은 넘치도록 쌓였고, 저는 이제 그만 여정을 마칠 까 합니다.
‘그랬던 할머니도 있다더라’며 누군가 기억해준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긴 잠에 들려고 합니다. 모두들 고마웠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