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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놈 목소리’

입력 2016-09-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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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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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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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검찰청입니다. 소송참고인조사 1차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으셨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A씨 앞으로 걸려온 전화. 부드럽고 침착했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지 직접 전화를 받고 나니 정말 보이스피싱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는 지인들에게 “정말 바보아니야?”라며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했던 그다.

“우체국 택배입니다”
특히 최근 기승을 부리는 우체국 택배 보이스피싱은 택배 기사를 사칭해 ‘그럴 듯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택배가 2번 반송돼 물건을 돌려준다며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신상정보를 알려달라는 식이었다.

※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까지 우체국 예금 가입자 보이스피싱 피해신고는 총 1만4621건, 총 피해금액은 728억원.

예전 보이스피싱이 아니다. 누가 봐도 그럴듯한 상황에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도 갖추었다. 음성 분석 전문가 조동욱 교수에 따르면 사기범의 목소리는 일반인에 비해 부드럽고 말하는 속도는 빨랐다.

조교수는 사기범의 범행 실황을 일반인에게 똑같이 말하게 하고 음성 특징을 분석했다. 음의 높이(㎐)·편차(㎐)는 비슷했지만 음성 에너지와 속도는 확실한 차이가 났다. ‘목소리의 힘’을 측정하는 ‘인텐시티’는 3명 모두 일반인보다 5.4∼9.0㏈ 낮았다. 발화 속도(1분당 말하는 음절 수)는 1.8~182개나 더 많았다.

훈련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반복해 연습했고, 의도적으로 부드럽게 말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였다. 거짓말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도리어 ‘신뢰’를 얻는데 한몫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사무적인 느낌을 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총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만 10만명, 피해액은 7861억원에 이르렀다. 그 중 환급액은 전체 피해액 중 1/3 수준에 불과했다. 7861억원의 피해액 중 환급총액은 1944억원 정도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최근 보이스피싱 방지책 중 ‘대포폰 단속’에 무게를 실었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먼저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쳤고, 대포폰 단속에 총력을 기울여 방지효과를 본 데서 착안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피해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 오카야마, 도쿠시마 등 3개 현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조례 제정, 현재까지 주민과 지역 상공인의 자발적 예방 활동 중.

나날이 진화되는 보이스피싱 속에 세대를 망라하고 우리 모두가 잠재 피해자가 되었다. 뛰는 사기범 위에 나는 당국을 기대해본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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