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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알 권리를 빙자한 사생활 침해

입력 2016-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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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 그는 재임기간 동안 2번의 암살시도를 겪은 대통령으로 운이 나쁘면서도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암살시도자 중 한 명은 싸이코패스인 찰리맨슨의 추종자 리넷 스퀴기 프롬. 또 한 명은 주부인 사라제인 무어다.

1975년 9월 22일 대통령 행진이 있었다. 많은 인파 속에 숨은 사라제인 무어는 38구경 리볼버를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게 겨누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올리버 시플. 그녀를 단숨에 제압했다. 해병대 출신이던 그는 사라제인 무어의 팔을 힘껏 잡아당겨 암살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올리버 시플은 단숨에 영웅이 되었고,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저에 대해 어떤 것도 보도하지 말아주세요”
올리버 시플은 인터뷰 요청이 올 때마다 거절했다. 어떤 보도도 나가지 않게 해달라는 정중한 부탁과 함께.

언론은 그의 부탁을 외면했다. 사실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특종 먹잇감을 순순히 놓아줄리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올리버 시플의 이야기로 매체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취재하던 기자는 그가 ‘동성연애자’라는 사실과 동성애자를 위한 운동에 리더 격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지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동성애’지만 당시 사람들의 시선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차가웠다.

언론은 올리버 시플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온 국민의 관심도 이에 쏠렸다. 심지어 한 기자는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느냐’는 무례한 질문을 건내기도 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가족의 연마저 끊어버리며 아들을 등지기에 이르렀다. 이 후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올리버 시플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었다. 아버지가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술에 의지했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그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어떤 사회생활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나이 겨우 47세였다.

올리버 시플은 한 나라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자신의 인생을 내놓아야 했다.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올랐고, 가족을 잃어야만 했다.

무책임한 언론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국민은 언론을 믿지 못하고, 심지어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극적인 것에 이미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싱거운(?) 기사는 쓰지도, 읽지도 않는 현실. 비단 언론 혼자 이겨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독자와 언론 모두 정의를 보는 진실의 눈이 필요한 시기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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