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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같이 뛰자 아들아” 세계를 울린 감동레이스

입력 2016-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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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영국 데릭 레드몬드는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19살 때 이미 영국 400m 신기록을 세웠던 그였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아쉬움 속에 기권했기 때문이었을 까요.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단단히 벼르고 벼르던 선수 중 한명이었습니다.

어느 덧 준결승전이었습니다.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도 컸습니다. 400m 질주를 알리는 총성이 울렸고 데릭 레드몬드는 초반 선두로 활약하며 결승진출을 확정하는 가 싶었습니다.

“내 올림픽은 끝났구나”
150m 부근에서 데릭의 다리에 이상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문제였습니다. 데릭은 주저앉았습니다.

“아직은 안돼요”
트랙에 쓰러진 데릭. 꿈과도 같았던 이 무대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들것을 갖고 오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그는 “완주할게요”라는 말을 되 뇌였습니다. 데릭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데릭은 달렸습니다.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졌고 다리는 차마 펴지 못한 채 절뚝였죠. 그 순간 누군가 트랙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아이를 도와야 합니다”
관계자는 출입을 막았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오직 아들을 도와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는 트랙 위에 섰습니다. 아들의 어깨를 감싼 채.

“아들아. 꼭 완주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무리하면 영원히 뛰지 못할 수도 있다고. 꼭 끝까지 뛰지 않아도 좋다고 아버지는 아들을 다독였습니다.

“아빠. 결승선을 꼭 통과하고 싶어요”
아들은 확고했습니다. 다신 못 설지도 모르는 이 무대에서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럼 함께 뛰자”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아들의 힘든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 부성에 그는 더 힘을 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록”
부자는 약 2분 10초에 400m를 완주했습니다. 올림픽 육상 400m 사상 가장 느린 기록이었습니다. 부축을 받고 달린 데릭은 실격처리 되었죠.

그러나 세계에 전해진 울림은 컸습니다. 레드몬드 부자는 경기 내내 울었고, 6만5000명 관중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아버지는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습니다.

“세상 어떤 부모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저처럼 했을 거예요”
절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죠.

“나를 바보로 생각할 지, 영웅으로 생각할 지는 전혀 상관없었어요. 단지 완주하고 싶었죠”
데릭은 심경을 밝혔습니다.

부자의 감동레이스로 그들의 인생도 바뀌었습니다. 아들 데릭은 은퇴 후 청소년 는 전문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아버지 짐은 2012년 런던올림픽 성화 봉송 첫 주자로 선정되어 세계인의 앞에 섰죠.

메달의 색은 달라도 흘린 땀의 색은 같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견뎌낸 선수들의 인고의 시간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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