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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쓰레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

입력 2016-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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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김미희 용인시 모현면사무소 복지팀장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 팀장이 A씨 집을 찾은 건 지난봄이었습니다. 장기 결석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던 중 한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아동방임 의심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였습니다. 집에는 엄마 A씨와 네 자녀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처럼 ‘사고’가 벌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면사무소 직원들과 교사는 집안 환경을 보고 쉽게 입을 다물지 못 했습니다. 거실은 물론 방마다 쓰레기와 ‘사용하지 않을’ 물건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저장강박증”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로 특히 소외계층에 자주 나타나는 유형.

‘저장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복지팀은 대책마련에 머리를 모았습니다. 먼저 경기도 긴급 복지제도인 무한돌봄센터에 사례관리를 요청하고 복지팀과 함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도움 요청을 받은 모현면 부녀회에서도 흔쾌히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모현면 부녀회를 비롯해 모현면사무소, 용인시청장애인복지관 직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집안 청소부터 이불과 옷가지 등을 세탁하고 정리정돈까지 진행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바퀴벌레가 발견돼 방역과 소독도 함께했습니다.

“1톤 트럭에 한가득”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집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아동보호기관의 생활지도사가 파견돼 주기적으로 위생관련 교육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버리면 불쾌해”
저장강박증은 어떤 물건이든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애입니다.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는 다르죠.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로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증세가 나타날까요? 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현재로서는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뇌의 전두엽 부위가 제 기능을 못할 때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전문가는 법이나 조례보다 사회병리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외계층은 불안감으로 인해 저장 강박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는 거죠. 이 때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사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변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이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쏟기 쉽다고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안정을 찾고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저장강박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고 하죠.

이웃의 따뜻한 손길이,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외계층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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