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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난무하는 물리학 이론들, 결국 불확실한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 연극 ‘코펜하겐’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연극 '코펜하겐'

입력 2016-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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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네 번째 무대를 올린 연극 '코펜하겐'(사진제공=극단 청맥)

 

양자역학의 기초를 다진 닐스 보어의 상보성 이론,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에르빈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2차 세계대전 발발 후인 1941년 나치 치하의 핵분열과 원자탄 제조과정, 전자와 광자의 충돌…. 

 

14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코펜하겐'(7월 31일까지)에는 범인으로서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물리학 이론들이 난무한다. ‘양철인간’, ‘러시아 통역관’, ‘우리 둘’ 등의 마이클 프레인 원작으로 한 ‘코펜하겐’은 2008년 서울대학교 공학도 출신이자 현재 기업 CEO, 교수 등으로 꾸려진 극단 실극에서 초연된 후 꾸준히 공연되다 6년만에 네 번째 무대를 올렸다.  

 

[코펜하겐] 메인포스터
연극 '코펜하겐' 포스터.(사진제공=극단 청맥)

극은 죽은 보어, 하이젠베르크, 보어의 아내 마그리트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보어가 하이젠베르크를 발굴한 이후 두 사람은 오래도록 사제처럼 부자처럼 물리학 이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독일이 유럽 국가들을 점령하고 유태인들을 핍박하던 1941년 독일인 하이젠베르크가 유태인 보어를 집으로 찾아오는 상황은 비밀스럽고 위험해 보인다.   

 

어색함에 침묵이 흐르던 순간들이 지나고 192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산책을 나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유태인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은 시대, 보어는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을 위해 핵분열을 연구해 원자탄을 만들려 한다고 불같이 화를 낸다.

이 같은 상황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전자가 되고 광자가 돼 무대를 돌며 열띤 이론경쟁을 벌이거나 보어의 오해와 하이젠베르크의 해명 등으로 수차례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천재 물리학자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빠르게도 읊어대는 대사 속에서는 “수학을 사람에 적용하면 이상해지죠”, “결국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렸어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들이 핵심을 찔러댄다.   

 

6년 전에 이어 올해도 보어 역으로 무대에 오른 남명렬은 “과학이론이나 용어가 많아서 어렵긴 하다. 하지만 대단한 용어임에는 틀림없다. 양자역학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없다고 단언할 만큼 어렵다. 작가와 배우, 연출들은 어렵게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관객들은 어렵게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0629_[코펜하겐] 배우 컨셉사진
6년만에 네 번째 무대를 올린 연극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남명렬(사진 왼쪽부터), 아내 마그리트 이영숙, 하이젠베르크 서상원.(사진제공=극단 청맥)

 

하이젠베르크로 새로 합류한 서상원은 “아무리 준비를 한다 해도 배우가 물리학의 세계를 얼마나 알고 있었겠는가. 게다가 여기서 다루는 양자역학이나 문제들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미시적인 관점의 물리학”이라며 “결국 살아가는 이야기다. 앞으로 올 일, 바로 30초 후의 일도 우리는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보는 데 어려울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중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뒤돌아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것뿐이다’라는 하이젠베르크 대사가 있다. 과거를 돌아보며 어떻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보다 나은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끌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펜하겐] 공연사진02
연극 ‘코펜하겐’.(사진제공=극단 청맥)

 

초연 당시 객원으로 참여했던 윤우영 연출은 6년만에 ‘코펜하겐’을 무대에 올린 원동력에 대해 “최근 대학로는 상업적 코미디가 대세다. 그러다 보니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은 듯하다. 좋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어려운 물리학 이론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삶의 불확실성,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잊지 말아야할 것들 등은 연극 ‘코펜하겐’이 대학로에 존재해야하는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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