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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죽음보다 두려운 것

입력 2016-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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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그런데 죽음보다 두려운 병, 아니 이 병에 걸리느니 빨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병이 있다.

100세시대의 짙은 그늘,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가 그것. 보건사회연구원의 ‘노령층에서의 건강정보이용 현황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암이나 뇌졸중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떤 질환이 가장 두려우신가요?’라는 질문에 조사에 응한 노인 중 44.3%가 ‘치매’라고 답했다. 심혈관 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122명(30.5%), 암 96명(24.0%), 기타 5명(1.3%)이 뒤를 이었다.

“다 걸려도 치매는 안돼”
지금은 치매 걸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타 질병과 다르게 치매는 인지 기능이 서서히 퇴화돼 기억을 잃기 때문에 마지막을 준비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어 노인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특히 여성이 더 두려워 해”
여성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약 6년 정도 길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전체 치매환자 중 여성 환자 비율이 71.58%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물론 진행속도를 더디게 할 예방법이 있긴 하지만 치매에 일단 걸리면 급격한 쇠퇴가 일어난다.

대안이 없을까.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이 마을에 사는 노인은 모두 ‘치매’노인이다. 아니.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이 마을로 이주해 온다.

이 마을에 거주하지만 치매노인이 아닌 사람은 모두 ‘노인 요양 전문가’다. 그들의 정체는 비밀. 절대 노인들이 알게 하지 않는 것이 호그벡 마을의 원칙이다. 식당 웨이터로, 장사꾼으로, 주방 이모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고 수시로 노인의 상태를 살핀다.

덕분에 그들은 호그벡 마을에서 ‘환자’가 아니라 ‘주민’으로 대우받는다. 일상적인 생활도 가능하다. 마트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고,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평범하게’

효과가 있을까? 통계적으로 호그벡 마을에 입주한 노인은 다른 곳에 머무는 치매노인보다 장수한다. 연령대도 비슷, 겪고 있는 질환도 비슷해 더 큰 유대감이 발동한 덕분이다. 더 자발적이고 더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진 덕분에 약물복용량이 현저히 낮아진 것도 이유다.

한국은 ‘치매’노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부분 ‘격리’를 시키거나 ‘부양’을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의 이유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억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못하고 결국 대소변을 못 가리는 상황까지 보고 듣고 겪으며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크다는 것. 결국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 싫은 노인의 심리가 투영된 결과다.

치매에 걸렸어도 ‘함께,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두려움이 현저하게 줄어들지 않을까. 호그벡 마을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부러움은 또 하나 있다. 입주비용이 0원이라는 것. 국가가 모든 것을 지원해주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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