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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곰’ 아르투로, 끝내 하늘나라 가족 곁으로….

입력 2016-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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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아르투로.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리는 너를 ‘아르투로’라는 이름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북극곰’이라고 불렀어. 알고 있니?
가족들이 모두 네 곁을 떠나 외로웠을 네가 안타까운 맘에 붙여진 별명이야.

4년 전 20년 동안 네 곁을 지켰던 아내곰 ‘펠루사’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많이 힘들었지? 새끼 두 마리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너만 남았을 때, 널 도와줄 수 없어 우리도 참 마음이 아팠어. 게다가 너와의 이별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네가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북극곰이라는 사실이야.

그래서 우리는 네 가족이 모두 떠난 후 네가 더 자유롭길 바랬어. 네가 보인 이상행동이 스트레스 탓인 것을 알았거든. 너무 미안해 견딜 수가 없었어.

왜 그랬을까? ‘정형행동’으로 불리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오는 비정상적 행동이래. 앞뒤, 위아래로 똑같이 움직이거나 털을 뽑는 행동이지. 말문이 막혔어.

그래서 우린 널 ‘풀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 쉽지 않았지. 그게 힘들면 추운 캐나다 동물원으로 널 보내려고 했어. 고맙게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어. 네가 곧 편해질거라고 생각했어.

상황은 녹록지 않았어. 노쇠한 네가 버티기엔 힘든 여정이었지. 널 걱정하는 사람들이 네가 이동 중 탈진할 수도, 이동 중에 필요한 진정제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했어. 그래서 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거야.

31년 네 삶을 생각해보면 미안한 일이 많아. 영하 40도에서 살던 네가 영상 30도까지 오르는 곳에서 지내려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남은 생만이라도 네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몸을 담그고 편히 쉬기에 턱없이 작은 공간에 두어서 미안해.

그렇게 넌, 혼자서 외롭게 우리 곁을 떠났구나. 이제는 네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숙제가 남았어. 지금도 동물원에 너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

얼마 전 한국에 있는 네 친구가 이상행동을 보여 마음이 아팠던 적 있어. 마치 정신이 나간 듯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 네 행동과 많이 닮아있었어.

너 같은 야생동물은 ‘넓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지. 자신만의 영역이 필요하기도 하고. 예를 들면 도피할 곳, 번식할 곳, 휴식을 취할 곳, 사냥할 곳 등 네 생활패턴에 맞는 환경 말이야. 동물원 안에서 생체리듬을 지킬 수 있을까? 영하 40도의 북극이 너의 고향인데 영상40도를 육박하는 동물원이 너에겐 지옥이지 않았을까?

한 동물원에서 새끼물개와 어미물개가 사육장에 함께 있는 모습을 봤어. 어미물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지. 사람이 새끼물개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큰소리로 위협하기도 했어. 얼마나 불안했을까. 안전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시기에, 왜 새끼와 어미는 사육장에 있어야하는 걸까?

아르투로, 이제는 모두 잊고 편히 쉬어. 남은 네 친구들은 우리가 꼭 지킬게.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 감히 알 수는 없지만 널 고향으로 보내주기 위해 노력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네가 행복하길 바랐던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미안했어. 꼭 행복해야해.

# 아르헨티나 멘도사 동물원에서 살던 아르투로가 3일 고령 곰에 흔히 나타나는 혈액 순환 불균형으로 숨졌다. 부인과 새끼 2마리를 모두 잃은 후 스트레스를 받은 아르투로를 위해 국제 동물보호단체는 북극이나 추운 캐나다의 동물원으로 보내자며 서명운동을 전개했지만 고령인 아르투로가 이동 중 탈진하거나 진정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불발됐다.

아르투로의 죽음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아르투로가 살던 아르헨티나 멘도사 시당국은 아르투로가 죽은 후 동물원을 자연보호구역으로 변경하고 남은 동물들을 더 적당한 보호지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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