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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엄마 저는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요”

입력 2016-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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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arling girl, How I miss you. I can’t believe you are gone.
사랑하는 내 딸, 보고싶구나. 아직도 네가 떠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엄마는 담담하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엄마였고, 이렇게 멋진 아이를 보내주신 신께 감사한단다”

하늘나라에 간 아이는 5살 난 줄리아나 스노우. 한국이름 문유리. 아이의 엄마는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미셸 문'. 아이는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유전성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았다.

팔과 다리 근육이 굳었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가압식 마스크를 차야 했다. 음식을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불과 4살 때 중환자실에 세 번이나 입원해야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코에서 폐까지 튜브를 꽂았다. 너무 어려 마취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가장 싫어했던 것 ‘고통’
줄리아나가 3살이던 2014년 무렵, 의사가 말했다. “오늘은 다시 숨을 붙여놨지만, 다음에는 자신없어요”

그렇게 가족에게 쥐어진 선택지 하나. ‘존엄사’

“줄리아나, 다음에 또 아프면 병원에 갈래, 아니면 집에 그냥 있을래? 병원에 가면 엄마 아빠랑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하지만 집에 있으면 일찍 하늘나라에 가게 된단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단다. 그 때는 너 혼자서 가야만 한단다. 우리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야 해” 엄마는 선택을 아이에게 맡겼다.

“엄마, 죽기는 싫지만 하늘나라는 좋은거니까. 난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 엄마 걱정하지마” 

당시 줄리아나의 나이는 3살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불과 3살의 나이에 줄리아나는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했다. ‘죽음’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 ‘끝없는 고통’을 끝낼 유일한 길이 ‘하늘나라’였음을 알아서였을까? 엄마는 “공주의 방처럼 꾸며진 자신의 방,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존엄사 : 생명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게 하는 행위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가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환자의 퇴원을 허락했다. 그리고 2004년 살인방조죄 혐의를 받았다. 존엄사를 ‘살인’으로 봤다.

2009년 국내 법원은 처음으로 ‘존엄사’를 허용했다.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김 할머니에게 존엄사를 허락한 것.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지 200일 만에 숨을 거뒀다.

‘존엄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한민국’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살인죄 혹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존엄사는 윤리적·종교적·법적·의학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모두 합법화했다. 미국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주에서는 소극적으로 허용한다. 일본과 영국도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세살 줄리아나의 죽음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이가 택한 것은 ‘존엄사’가 아니라 ‘하늘 나라’ 였기에…. 고통은 끝낼 수 있어도 끝나지 않는 의문 하나. ‘죽음’에 인간의 선택이 관여해도 되는 것일까?

굿바이 줄리아나….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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