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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엄마는 CCTV, 저는 숨을 쉬고 싶어요

입력 2016-06-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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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쉬는 시간을 주셨어요. 제 생일이거든요.

전 늘 학교가 마치면 공부방에 들려 1시간 동안 복습을 하고 바로 학원에 가죠. 오늘은 공부방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세 달 만에 친구들과 피시방에 갔죠. 자유로운 한 시간은 금방 끝이 났지만 좋았어요.

학원에 도착하면 4시간동안 수업을 들어요. 국·영·수, 과학하고 사회도요. 집에 도착해 밥을 먹으면 과외선생님이 집으로 오세요. 제 친구는 영어와 수학모두 개인과외를 받는데 저는 영어만 받아요.

과외가 끝났는데 엄마가 왜 학원에 늦게 도착했는지 물어보셨어요. 엄마는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아세요. 제 휴대폰에 위치추적 앱이 깔려있거든요.

설정해 놓은 위치에 제가 도착하면 엄마에게 알람이 간대요. 저는 정해진 곳에 같은 시간에 도착해야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친구들하고 떡볶이를 사먹다가 차를 놓쳐 걸어갔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엄마는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하셨죠. 음.. 조금은 답답해요.

공부방에 가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자기 전 인터넷강의를 한 강 들었어요. 전 이제 5시간 후 다시 학교에 가야해요.

아침에 일어나자 엄마께서 칭찬해 주셨어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잤다고 기특하다고요. 진도가 조금 늦는 것 같으니 오늘은 3강을 들으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엄마는 제가 어떤 강의를 들었는지 알고 계세요. 온라인 강의와 연결된 학습관리 앱을 엄마가 다운로드 하셨거든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얼마나 진도가 뒤처지는지, 단원별 문제풀이에 얼마나 틀렸는지 모두 알고 계세요.

벌써 청소년 위치추적 앱을 다운로드한 친구들이 2만명이 훌쩍 넘었대요. 저만 힘든 것이 아니니 그래도 조금 위안이 돼요. 제 친구는 앱이 너무 답답해 포털사이트에 ‘해지방법’, ‘위치 조작’을 물어보는 글을 올린 적도 있대요.

저는 궁금해요. 왜 우리를 믿지 못하는지요. 기사에서 본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50%가 넘어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요. 그런 나라에서 이런 앱은 청소년을 옥죄는 창살이 아닐까요? 아 물론, 저는 아니고요. 제 친구들이요.

저는 그래요. 청소년기에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뛰어 놀 수 있는 시간, 내 안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시간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죄송한데.. 엄마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아 너무 늦었어요. 전 학원에 가볼게요!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는 23개 회원국 가운데 19위.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서 단 한 번도 최하위권을 벗어난 적 없다.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조사한 ‘청소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가장 치열한 ‘민주쟁취’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자유주의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아이들에겐, 작은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일까?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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