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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귀가길 동행해준다던 서울시, “오늘도 혼자 걷습니다”

입력 2016-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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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수락산에서 여성 묻지마 살인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여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전반에 일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여성안심귀가서비스’ 실상은 어떨까?

저는 26살 여성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떤 남자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좀 겁이 났습니다. 제가 탄 버스를 따라 타더군요. 온몸이 경직되었어요. 친언니한테 정황을 알렸습니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가 있으니 112에 전화 하라고 했습니다. 미리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일단 내려서 연락을 달랍니다. 전화하자 바로 데리러 온다던 경찰은 내린지 15분이 지나서야 정류장 500m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경찰은 왜 신청 했냐고 묻습니다. 관내를 벗어날 수 없으니 택시를 타고 집에 가랍니다. 택시비가 없냐는 둥 아빠를 부르라는 둥.. 어처구니가 없어서 울어버렸습니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니 뭐니 떠들더니 이게 무슨 안심입니까? 만약 진짜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는 대체 누가 받는 건가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다. 물론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다.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늦은 귀갓길을 동행해주었다는 내용이다. 서비스에 대한 평이 제각각인 것을 보면 서비스 담당자 문제이지 서비스 자체 문제는 아니란 뜻이다. 서비스 의도 자체는 더할 나위 없다.

‘여성안심귀가서비스’는 어떤 제도일까? 여성과 함께 주거지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 구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새벽 1시까지지만, 경찰서로 신청하면 24시간 가능하다.

어떻게 이용하는 걸까?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다산콜센터(120), 112 또는 치안센터에 전화해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 전 자치구에서 시행 중인 이 제도는 범죄 우발지역을 순찰하고 도움이 필요한 여성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곧 통화 없이 바로 연결되는 안심귀가 앱이 도입된다. 얼마나 알려졌을까?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에게 물어봤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26세 A양

여성안심귀가서비스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들어본 거 같아요.
이용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네 없어요.
앞으로 이용해볼 생각은 있으신가요?
-번거로울 것 같은데, 위급한 상황이라면 이용해보려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용하는 거죠?

동작구에 거주하는 29세 B양
그게 집 앞까지 가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집 앞까지 가준다)
신청도 11시까지만 받는 거 아닌가요? (24시간 신청이 가능하다)

어떤 서비스인지 들어봤더라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여성 대부분의 대답이 같았다. 여성안심귀가서비스를 건너 건너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용해본 적도, 이용한 사람을 본 적도 없었다.

경찰관에게 물었다.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신청이 많나요?”
“아니요. 많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홍보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걸 아는데 홍보를 안 하는 이유가 뭘까요?”
“…”
결론은 예산부족이었다.

서울시는 2013년 여성들의 귀갓길 안전을 위해 ‘여성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용이 번거롭고 홍보가 되지 않아 정작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낮다.

여성안전종합대책은 골목길 환경개선, 여성안심귀가서비스, 대중교통 출퇴근 이동안전구축 등인데 그 중 ‘안심귀가서비스’는 특히 저조하다. 지난해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평균 한 지부 당 매일 2.7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었다. 서울 여성인구에 비하면 0.0014%만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제도가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대책이 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홍보파트에 예산을 2배 더 책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작년 초에 말이다.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은 대부분 서비스 의도에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이용해보겠다는 인사도 건넸다. 5분가량의 인터뷰만으로도 홍보효과가 있었는데 당국은 제도가 시행되고 4년 동안 뭘 했을까? 앱이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까?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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