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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포화속으로 사라져간 ‘훈장없는 영웅’의 편지

입력 2016-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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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병1
영화 '포화속으로'


학도병2
연합


학도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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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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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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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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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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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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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병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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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화속으로'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강남역 살인
열아홉 비정규직 젊음을 앗아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꿈 잃은 공시생의 투신으로 꿈을 일구던 공무원 가장의 행복을 조각낸 곡성참변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던 수락산 묻지마 살인
이 모두 가정의 달 5월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어이없는 죽음들에 대한 추모에 젖었던 5월을 보내고 뜨거운 태양아래 넝쿨장미 흐드러진 6월이 열렸습니다. 현충일이 있고 한국전쟁-6.25가 있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또 다른 추모의 달, 6월에 생각해봅니다.

이 태극무공훈장. 전쟁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워야 주는 가장 영광스런 훈장. 용맹스럽고 애국심에 불타는 이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일겁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따로 있었습니다. 누구냐고요?

그런데 이 영웅들은 한없이 겁 많고 눈물 많은 영웅입니다. 총을 잡은 두 손은 두려움에 떨고 어머니 생각에 눈물 젖은 주먹밥을 삼키는 영웅. 이런 연약한 이들이 나라와 가족을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군번도 없습니다. 훈장도 없습니다. 이 얼굴을 아십니까? 빛바랜 사진 한 장. 이 앳된 얼굴을 우리는 기억해야합니다. 그 이름 학도병. 동성중학교 3학년 학생이자 국군 제3사단 소속 이우근 학도병입니다.

열여섯 피어보지도 못한 이 젊음은 1950년 8월 10일 몇 방의 총성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참호 속에서 낙화(洛花)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의 군복 주머니에선 부치지 못한 한통의 편지가 발견됩니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제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왜 수의(壽衣)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야겠습니다.

어머니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그에게 태극 무공훈장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6월의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 갓 지은 흰쌀밥에 상추 한 쌈으로 차려낸 어머니 밥상이 태극무공훈장보다 더 귀한 보상일겁니다. 진정한 영웅은 훈장이 없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전쟁동안 모병 혹은 지원병으로 3만여명의 학도병이 전선을 지켰고 2500여명의 꽃망울들이 스러져갔습니다. 이우근 학도병의 사연은 2010년 영화 ‘포화속으로’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한동수·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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