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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나 또한 당신입니다, 포스트잇 추모 그 소리없는 아우성

입력 2016-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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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구의역에 들렀습니다. 뭐, 일부로 찾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 지나던 역, 오늘도 똑같이 들렀을 뿐. 나에게는 일상인 그 곳이 당신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니.

구의역에서 꽃 같은 당신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또 지하철역 정비하다가요?”

일면식도 없었지만 한동안 멍했습니다.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당신의 삶이 너무 서글펐습니다. 지하철역에 당신을 위한 공간이 마련이 됐더군요. 한 손에는 포스트잇, 한 손에는 볼펜을 들고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남겨야할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떴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요. 미안해요”
떨리는 양손을 모으고 한참을 고개 숙여 묵념했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이 편안했으면 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추모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얼마 전 강남역에서, 2년 전 팽목항에서 우리는 소리 없이 희생자를 기렸습니다.

수많은 참사를 겪었지만 2년 전 세월호 사건으로 추모의 방법이 조금 적극적으로 변했지요. SNS를 통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추모물결도 ‘다 함께’ 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추모시위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리본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의미인 노란리본을, 여성 혐오 범죄 규탄을 위한 하얀리본을 달며 우리는 조용히 일상 속에서 그들을 추모했습니다.

‘소리 없이 강력한 추모’
어느 샌가 우리는 희생자를 위해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마 그들이 못다 한 삶을 위로해주고 싶었겠지요. 명복을 포스트잇에 담기도 했고 사고의 본질을 지적하기도, 살아남은 이들의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구의역에도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유품으로 뜯지 못한 컵라면이 남았다는 소식에 밥을 챙겨주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맞은 희생자의 생일에는 케익이 놓였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당신도 읽고 있겠죠?

우리의 추모방식이 변한 데에는 ‘그대가 곧 나’라는 마음이 전제됩니다.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도 언제든 희생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품고 있는 것이지요.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들의 마음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희생자를 기리는 광경은 인터넷매체, SNS 발달의 순기능이겠지요. 우리는 지금, 생각을 적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거침없죠. 서민의 희생을 사회문제에 결부시키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설계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죽음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우리가 남아 반드시 같은 희생은 없도록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이길겁니다.

나 또한 당신입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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