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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알바소년 '옷'으로 날개 달다

인터넷 의류몰 1세대 김응래 립합 대표의 도전스토리

입력 2014-11-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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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래 립합(Liphop) 대표이사가 립합 제품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립합)

 

  

“너무 가난했어요. 국립고등학교를 다녔는데 3개월에 수업료 18만원을 못 낼 정도였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동대문, 가락시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여성의류 쇼핑몰 ‘립합(Liphop)’의 김응래(31) 대표이사는 1세대 인터넷 쇼핑몰 창업자다. ‘매일 2~3개가 생기고 4~5개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포화상태다. 하지만 인터넷쇼핑몰 1세대인 립합은 10년이 넘게 인기를 유지하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지 김 대표에게 들어봤다.

그는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산 후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서 되파는 방법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흔히 인터넷 쇼핑몰이라고 하는 사업이다.

“열 여덟 살 때였죠. 동생이랑 동대문도매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무작정 인사하고 샘플을 부탁했습니다. 상인들은 ‘어린애들이 뭘 하겠냐 도와주자’란 마음으로 샘플을 주셨죠.”

입고 찍은 후 샘플을 반납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김 대표가 인터넷 쇼핑몰에 올린 옷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주문 수량이 점점 늘어났다. 상인들 사이에서 샘플 효과가 퍼지기 시작했다. 두 형제로 인해 동대문 시장에 샘플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인터넷으로 옷을 팔 수 있다는 새로운 유통통로를 상인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사업을 한 지 2년여 지났을 때 프리챌이라는 인터넷포털사이트에 판매할 옷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나만의 사이트를 오픈해보자’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내 그가 스무 살 되던 해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립합(Liphop)’ 사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사기도 당하면서 어려움은 지속됐고 그는 군에 입대를 했다.

군 복무 당시 쇼핑몰은 여동생이 맡고 있었다. 당시 우연한 기회에 여동생은 ‘진실게임’이란 방송프로그램에 ‘4억 소녀’라는 콘셉트로 출연하게 됐다. 동생의 출연으로 변변치 않았던 쇼핑몰 ‘립합’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동생이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잘 하고 있었기에 제대 후 김 대표는 의상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평소에 만들고 그리는 것에 소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그는 어깨너머로 배운 것으로 샘플을 제작해 동대문을 비롯해 도매시장 곳곳을 다니며 일본, 대만 수입업자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동생은 쇼핑몰 운영자로, 그는 디자이너로 각자의 길을 가던 중 동생이 그에게 일을 같이하자는 요청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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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래 대표가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신제품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립합)

 

 

2010년 그가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립합의 CEO로 복귀하게 됐다. “동생 덕분에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름은 알렸지만 실력을 갖추지 않은데다 내부 사정은 좋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인터넷 쇼핑몰 장단점 분석에 돌입했다.”

그는 한 달간 공책 한권이 빽빽하게 찰 정도로 사업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빛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고 하는 그는 “1개월 정도 이렇게 분석하니 사업이 어떤 상황인지 좀 알겠더라”고 했다. 그는 립합이 인지도는 있지만 대중적이지 못하고 투자가 부족한 점, 옷 스타일이 너무 젊은 층 대상인 점, 주력 상품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점 등 단점을 찾아낸 후 보완해 나갔다. 립합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면서 고객들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주문 수량이 100개이던 제품이 다음날 150개, 그 다음날 200개로 급속도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죠. 정말 짜릿했어요. 반신반의했던 직원들도 저를 믿기 시작하는 반응이었죠.”

동생은 모델로, 오빠인 김 대표는 운영을 하면서 립합의 사업실적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2년 김 대표는 꿈에서 꾼 내용대로 사업을 펼치는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2012년 어느 날이었어요. 꿈에서 어떤 분에게 명함을 줬는데 ‘화장품 파세요?’라고 묻더군요. 의류 쇼핑몰이라고 답했더니 ‘명함 보고 화장품 사업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하더군요.”

잠에서 깬 그는 동생과 화장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의미 있는 꿈이라 생각했던 그는 4억을 빌려 색조화장품을 만드는데 투자했고, 1년이란 시간과 사투를 벌이듯 심혈을 기울였다. “보통 화장품을 수입하지 직접 만들지 않는데 겁 없이 과감하게 투자했죠.”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9만5000개 정도를 만들었는데 1000개도 안 남고 다 팔았죠.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

화장품 사업의 가세에 힘입어 립합은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영프라자에 입점하는 영예를 안게 된다. 김 대표는 “영프라자 3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딱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는 립합이란 브랜드로 3층에 입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시장 진출에 매달려 있다. “립합 브랜드보다 립합 옷을 먼저 알리고 싶습니다. 아예 중국에 도매 매장을 차려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죠.”

그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다. 그는 70명의 직원들과 1년에 한 번씩 하는 타임캡슐 행사에 그 꿈을 적어 넣는다. “20대부터 쭉 함께 해 온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계열사 하나씩 맡게 해 주고 원탁에 모여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게 저의 꿈입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해 봐야 한다. 후회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시도도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실패하다 보면 다른 아이디어를 분명히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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